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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낸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 "YS정권 괘씸죄 걸려 삼성의 단국대 인수 무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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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낸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 "YS정권 괘씸죄 걸려 삼성의 단국대 인수 무산돼"

입력
2011.10.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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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 겸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원로도 드물 것이다. 26년 동안 단국대 총장을 지냈고,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40년 넘는 세월을 대학에 바쳤던 그는 '살아있는 대학역사'다. 종합대 승격과 의대 설립, 한한(漢韓)대사전 발간 등 영광도 있었지만, 입시 부정 의혹으로 교육부 특별감사를 받은 뒤 총장에서 물러나는 시련도 겪었다.

우리 나이로 팔순을 맞은 그가 최근 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한국 대학의 이면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대학과 정권 간의 비사(秘史)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YS(김영상 대통령)와의 악연이 도드라진다. 그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YS쪽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고 술회했다. 왜 유력 대통령 후보의 제의를 뿌리쳤을까. "권력의 속성을 알 만큼 연륜이 있었어요. 대학을 생각해서도 총장으로서 어떤 대권 후보와도 만나지 않아야 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장 명예총장으로선 숙고(熟考) 끝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이게 두고두고 학교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꽤씸죄에 걸렸다"고 표현했다. 단적인 사례가 삼성의 단국대 인수 포기였다. 당시 의대 부속병원 건립과 캠퍼스 이전 문제 등으로 재정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았는데, 이때 손을 내민 곳이 삼성이었다. 이건희 회장과 가까웠던 엄삼탁 당시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이 다리를 놓았다. 이수빈(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비서실장 등 삼성 실무진이 대학의 재정 상황을 직접 조사했고, 장 명예총장은 이 회장과도 독대했다. 분위기로 봤을땐 삼성의 학교 인수가 확정적이었지만 돌연 무산됐다. "이 실장이 황급히 찾아왔어요. '단국대 인수를 없던 일로 하자'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었더니 '정치권에서 반대한다'는 말 뿐이었어요." 장 명예총장은 "YS가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삼성 총수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았던 이 회장에 대해선 "굉장히 진지하고 솔직한 성품"이라고 기억했다.

삼성의 인수 불발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정부의 대학 간섭이 위험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대학의 가치는 자율성과 독립성입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정반대예요. 대학이 너무 무기력해요. 캠퍼스는 자본이 지배할 뿐이고, 정부의 갖은 규제로 독창성 있는 사학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에게 퇴임 후 단국대 총장 자리를 제안해 성사 직전까지 갔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학준 대통령 공보수석의 주선으로 단독 오찬을 했어요. '(퇴임 후)총장으로 와서 정치를 통해 이루지 못한 이상을 교육을 통해 실현하는 길이 더 빛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얘길했고, 거의 확답을 들었지요. 노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하자'고 보안을 요구해 서로 그러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장 명예총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노 전 대통령을 낙점해 둔 것이었으나,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어쩐 이유에선지 흐지부지됐다.

그는 80년대 후반 남북체육회담 대표와 아시안게임,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장 등활발한 체육 관련 활동을 했지만,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낸 이력이 말해주듯 북한 전문가로도 분류된다.

"남북문제 해결책은 명료합니다. 우리가 북한 주민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달래면서 가야지요. 한국의 지도자라면 자극적인 언급은 피해야 합니다. 북한을 많이 연구하고 아는 사람이 '정치 고수'입니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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