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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수화통역사, 배우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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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수화통역사, 배우 장소연

입력
2011.10.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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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를 살짝 흔든 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움켜쥐는 모양을 취한다.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뜻의 수화다. 양 손의 손등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숫자를 세듯이 손가락을 접는다. “얼마에요?”라는 의미다.

영화 ‘도가니’의 재판 장면에서 수화통역사 역을 맡았던 배우 장소연(31)씨는 “간단한 수화를 할 줄 아는 건 함께 살아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 연기 경력 10년이 넘는 그는 영화로 데뷔해 TV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장씨가 수화를 처음 배운 건 20대 초반 때. 청각장애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드라마 ‘오렌지 데이즈’,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 등을 보고 흥미를 느끼면서였다. “수화를 하는 배우들이 대사가 아니라 눈빛과 표정, 몸으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수화를 배우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구청이나 농아인협회 등에 마련된 강좌를 듣거나, 인터넷 등을 보면서 수화를 익혔다. 웬만한 의사소통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도가니에선 전문 수화통역사 역할을 맡은 만큼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수화 선생님을 곁에 두고 2개월 동안 ‘특별 훈련’을 하기도 했다.

지방마다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청각장애인들은 영화 도가니에 나온 ‘수위’란 단어 하나도 사람마다 조금씩 달리 표현했다. 건강한 청력을 가진 건청이 쓰는 수화와 실제 청각장애인들이 쓰는 수화가 다른 것도 유의해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도가니를 찍으면서 큰 어려움 없이 수화 통역을 해냈다. 재판 장면에서 방청객 역할을 했던 한 청각장애인은 “어느 (농아인)협회에서 나왔느냐”고 묻기도 했다.

남모를 고충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성폭행 상황을 적나라하게 수화로 묘사하는 건 고역이었다. 재판 장면 촬영 땐 당시 광주 인화학교를 다녔던 학생이 방청객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촬영 당시 현장에 있던 몇몇 청각장애인들이 영화 속 장면을 실제 사건처럼 여겨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특히 가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도가니가 몰고 온 사회적 파장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가 궁금했다. “영화는 실제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의 충격파를 담아냈을 뿐이라는 얘기를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들었어요. 현실이 어땠는지는 상상이 갈 겁니다.”

사실 그가 카메라 앞에서 수화를 한 건 이번이 2번째다. 중국 옌볜을 무대로 한 영화 ‘궤도’에선 청각장애인 역할을 맡아 중국어 수화를 따로 익혔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터라 다행히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차기작은 드라마”라며 “수화만 아니라 연기도 잘 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좀 더 많은 일반인들이 수화를 할 줄 안다면, 외국어 공부하는 것처럼만 배우려 한다면 청각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한 불편을 덜지 않을까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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