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도 지난달 해고된 임원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퇴직금을 지급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월가의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가 한달째 계속되는 와중에 금융기관의 도덕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특히 BoA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원 3만명을 해고하고, 내년부터 직불카드에 수수료 5달러를 부과키로 하는 등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반 월가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oA는 샐리 크로첵 전 자산운용 책임자와 조 프라이스 전 소비자금융 책임자에게 각각 600만달러(70억8,000만원)와 500만달러(약 59억원)를 지급키로 했다.
문제는 BoA가 이들에게 거액을 안겨줄 만큼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BoA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하나로 직원 3만명을 해고하고 2014년까지 연간 지출을 50억달러(5조8,950억원) 가량 대폭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키로 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전방위 자구책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BoA의 거액 퇴직금 발표 직후 분노한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WSJ 웹사이트에는 "당신이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록 더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5달러 수수료는 해고되면서도 수백만달러를 챙기는 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 등 BoA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다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수백만달러의 급여와 상여금을 모으면서 매달 수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는 월가 시위대의 외침에도 꿈쩍 않는 BoA가 월가 시위를 확산하는 또 다른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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