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폐수와 가축분뇨 등 폐기물을 바다에 버려 온 업체들이 29일부터 폐기물 반입과 해양 배출을 중단하면서 조만간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식물폐수, 가축분뇨, 하수슬러지(찌꺼기) 등을 해양 처리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해양배출협회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내년부터 축산폐수와 하수슬러지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의'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에 반발해 29일부터 해양배출을 중단하고 나섰다. 이날 파업에 돌입한 19개 업체에 할당된 해양배출폐기물의 연간 허용량은 129만톤으로 전체업계의 32.3%에 해당한다. 이 협회 관계자는 "폐기물들을 해양에 버리지 않더라도 이를 육상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정부가 제시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전국 곳곳 항만에서는 해양배출협회의 파업으로 혼란이 발생했다. 인천항 주변에 위치한 3개 업체가 폐기물 반입을 거부해 하루 200대 가량의 반입 차량 운행이 중단됐고 포항과 울산에서도 대규모 업체들이 폐기물 반입을 거부했다. 폐기물 해양배출은 각 지자체와 폐기물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소규모위탁업체들이 대형해양처리업체들에게 이를 맡기는 방식으로 이뤄 진다. 수거가 중단된 폐기물들은 당분간 위탁업체들의 자체 탱크에 저장해 둘 수 있지만 용량에 한계가 있다. 위탁업체들은 "2,3일은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1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수거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최대 10일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만일 파업이 계속될 경우 대규모 폐기물 발생이 예상되는 추석을 전후해 전국에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혼란은 부처간의 이견 탓에 현실적 대책의 뒷받침 없이 폐기물의 해양투기 전면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해양오염을 방지하는'런던협약'당사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가축분뇨, 음식물폐수, 하수슬러지 등 하수 오니(汚泥) 해양 배출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006년부터 폐기물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를 추진해 왔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2006년부터 부처간에 논의해 온 사안으로 오랫동안 예고해 온 만큼 시행령 연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부는 "원칙대로 폐기물 해양투기를 내년부터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쪽과 "내년부터 전면 시행은 무리"라는 입장이 내부적으로 맞서고 있다.
환경부 상하수도국 관계자는 "하수슬러지의 경우 당장 내년 1월부터 해양투기를 막아야 하는데, 이를 처리해야 하는 육상의 하수처리시설은 혐오시설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지 않으려는 지자체들의 '님비 현상' 때문에 계획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해양투기 금지는 원론적으로 맞지만 현실을 감안해 최소한 1년 정도는 유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는 해양배출업체들이 실력행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30일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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