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사실상의 데뷔 무대에서 직설화법을 구사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IMF 64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재에 오른 그가 유럽은행의 자본 확충 필요성을 강도 높게 지적해 친정인 유럽 국가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례 심포지엄 연설에서 "최근의 상황은 세계 경제가 새로운 위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유럽 은행의 긴급한 자본 확충이 없다면, 경제 취약성이 유럽 핵심국가로 확산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은 상당한 규모로 이뤄져야 하며, 강제적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당국자들이 라가르드에 화를 낸다'는 제목의 1면 머리 및 분석기사를 통해 "과다한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라가르드가 직설적으로 유럽 은행의 자본 취약성을 걸고 넘어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도 "유럽 국가들은 라가르드 총재의 연설이 유럽은행 투자자들을 더욱 겁먹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라가르드에게 해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라가르드 총재의 이번 연설은 그간 유럽 당국자들이 언급했던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부정적인 내용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인 초반 기 싸움이라는 해석도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실상의 첫 연설에서 본인이 유럽 출신이지만 유럽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그가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독일을 겨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두고 IMF와 유럽 국가들 간에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고한 셈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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