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피해대책소위가 6,000만원까지의 예금 피해를 전액 보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제 대책을 내놓자 "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란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제 대책으로'국민 성금' 아이디어를 꺼내자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반박하는 등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됐다.
국조특위 피해대책소위가 9일 기존의 5,000만원까지 보상해 주는 법적 기준을 초과해 마련한 구제 대책에 대한 비판은 여권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보장하기로 한 예금자보호법 원칙을 훼손하면 많은 게 무너진다"며 "모든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니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재 의원도"(특위의 구제 대책이) 당장은 그 분들을 위로해 주고 달래는 것일 수 있으나 금융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5,000만원까지 보장해 주게 돼 있는 현행법을 어기는 꼴"이라며 "법을 바꾸면 이전에 파산한 저축은행 피해자와 형평성에 어긋나고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돈 떼먹은 사람은 딴 데인데 공적자금을 붓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조특위의 구제 대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 구제 대책과 관련, "저축은행 사태는 크게는 정부의 정책 및 감독 실패"라며 "국가가 잘못했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나라당은 이날 저축은행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피해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당내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종합질의에서는 박 장관의'국민성금'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박 장관은"현재로서는 성금 이외에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은데 (피해 대책을)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만들지 않고 이제 와서 국민의 손으로 돈을 걷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특위위원장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성금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 것은 국민 감정을 나쁘게 만든다"며 "여당에도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계속되자 박 장관은"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그런 (성금) 방안이라도 강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해 "저축은행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기구를 예금보험공사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면서 "저축은행 검사 결과를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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