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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값이 금값

입력
2011.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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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때아닌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 금값이 폭등하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에 금을 캐려는 사람들이 이 산 저 산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사금 채취지역에는 포크레인과 트럭까지 동원한 전문업자가 생기고 중간 거래상까지 등장했다. 버려졌던 폐금광이 다시 문을 여는 등 160여 년 전 골드러시 현상이 다시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금은 구리 다음으로 인간이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원소기호는 Au. 라틴어의 aurum, 빛나는 새벽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BC 3000년 경에 메소포타미아인들이 금으로 투구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대 이집트의 왕릉에서도 금제품이 출토될 정도로 인류의 역사와 같이하고 있다. 처음으로 금을 화폐로 사용한 건 그리스인이었다. 세계 지도를 바꾼 콜럼버스의 항해 역시 금을 구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유럽의 발전도 금ㆍ은의 무역과 함께 시작됐다고 하니 금과 경제의 불가분 관계는 꽤나 오래됐다.

■ 요즘 들어 금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가가 대폭락하고 달러화 가치도 전혀 달라졌지만 금만큼은 독야청청이다. 급기야 최근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oz, 28.3495그램)당 1,700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년 내에 온스 당 1,8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금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3년 전 10만원 조금 넘던 1돈짜리 돌 반지를 지금은 24만원으로도 못 사는 걸 보면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도 금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1그램짜리 돌 반지를 주고받는 풍경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금이 외환 보유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던 한국은행까지 지난 2일 금을 사들였다. 상투논란이 있으나 지금 가격 추세대로라면 뒤늦게 샀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게 됐다. 한은이 금 보유량을 14.5톤에서 29.5톤으로 늘렸으나 8,133.5톤이나 보유한 미국은 그만두고 대만 필리핀보다 적은 세계 45위여서 경제규모에 비해 많다고 할 수도 없다. 나라까지 나서 금을 사들이니 개인들의 관심도 높다. 은행에서 1㎏, 10㎏단위로 주문하는 투자자도 있고 골드뱅킹이라 부르는 금적립 혹은 자유입출금 상품 가입자도 부쩍 늘어났다. 돈도 돈이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이고 15.4%에 달하는 소득세 주민세도 부담이어서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장롱 속 애들 돌 반지가 '빛나는 새벽'이라 기대하면서 새삼 쓰다듬을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종재 논설위원 jchong7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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