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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우리는 안전한가' 전문가 진단/ 다문화사회 급속 진행 '강 건너 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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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우리는 안전한가' 전문가 진단/ 다문화사회 급속 진행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입력
2011.07.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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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22일 발생한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도 강 건너 불로만 여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역시 유럽, 노르웨이만큼은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들이 늘어나고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급격히 늘면서 갈등의 소지도 커졌기 때문이다. 과연 국내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사회 대책은 있는가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5일 "이주노동자 문제로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와 같은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런 테러가 일어나려면 ▦이주자 수가 상당한 정도에 달해야 하고 ▦전통 관습이 이주자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하며 ▦우리 전통 속에 이주자들을 적대시하는 문화적 전통이 있어야 하는 등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거주 외국인이 126만명,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긴 하지만 유럽에 비하면 아직 외국인 비율도 낮고, 인종 종교 갈등은 약한 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한국은 총포 관리가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르웨이 테러와 같은 사건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물론"세상 돌아가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앞 뒤 재지 않고 모방범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테러범 브레이빅이 종교, 인종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우리도 그 문제는 물론 교육 취업 남북문제 등 내걸 수 있는 명분은 도처에 널려 있다"(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지적도 있다. 언제든 비슷한 테러가 감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가 국내 거주 타종교, 타인종에 대한 반감을 높이는 촉매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잠식 등으로 이민족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노르웨이 사태를 보면서 그 테러범에 감정을 이입해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경기가 악화될수록 이런 혐오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민자에 대한 포용과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관련 정책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져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이민자들의 적응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 교수는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국적보다 민족에 집착한다"며 "범인의 국적이 중국임에도 우리는 조선족이라는 표현으로 쓰고, 금메달을 딴 선수가 미국인이지만 '한국계 000'식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국내 거주 이민족에 대한 반감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표현과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사회는 불가피하고 인종주의적 갈등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노르웨이 테러를 반면교사로 삼고 외국인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교육할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신진욱 교수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만큼 기본권과 법적 지위 보장 등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 기초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막고 사회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공존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무슬림보다 불교계가 많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문화적 갈등이나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 원인과 파장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세계적인 경제난에 따른 일자리 문제와 유럽의 극우주의의 득세 때문으로 봤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30여년 전부터 독일, 프랑스 등에는 아프리카 아랍권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등 외국인 혐오주의가 팽배했다"며 "이런 인식을 가진 정당, 정치인, 단체가 생기면서 외국인 배척운동이 일어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노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어과 교수는 "사회복지 천국이었던 북유럽은 아랍권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복지 혜택을 빼앗아 간다는 국민 인식이 늘어나며 극우정당들이 점차 힘을 얻었다"며 "이런 반이슬람, 반이민자 분위기가 사건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인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준호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총기난사사건은 정상인이 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나 있어 노르웨이 사회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보다는 사이코패스의 소행으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교수도 "이슬람 이민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런 참사가 벌어진다면 세계 곳곳에 안전지대는 없다"며 "불특정 다수,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런 범죄를 벌인 것은 범인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정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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