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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제라로 10년만에 복귀한 가수 이덕진/ "내겐 음악이 전부…더는 인생 허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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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제라로 10년만에 복귀한 가수 이덕진/ "내겐 음악이 전부…더는 인생 허비 안 해"

입력
2011.07.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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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가수 데뷔 20년째인데 발표한 음반은 고작 넉장. 무려 17년을 공백기로 보냈다. 그저 취미 삼아 음반을 내는 게 아니라면, 음악을 향한 사랑이 지나쳐 병이 됐을 수도 있을 터. 1992년 '내가 아는 한 가지'로 데뷔해 여심을 사로잡았던 '테리우스' 이덕진. 그가 긴 방황을 끝내고 5인조 록 밴드 제라(ZERA)를 결성해 10년 만에 돌아왔다.

"늦게 깨달은 거죠. 저한테는 음악밖에 없다는 걸. 이제 더는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이 진정한 시작이에요." 쇠 스파이크가 달린 팔찌, 가슴 아래로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 그리고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습관까지. 최근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난 로커 이덕진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빼면 예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라의 첫 무대는 29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도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미국 록 밴드 스틸하트와의 합동 공연이다. 사실 이덕진은 스틸하트와 인연이 꽤 깊다. 데뷔하던 해 한 TV 프로그램에서 스틸하트의 '쉬즈 곤(She's gone)'을 국내 가수로는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금은 노래방에서 임재범의 '고해'와 함께 남성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애창곡으로 꼽히지만, 당시 노래를 처음 접한 대중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새 출발을 그 스틸하트와 함께 하니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데뷔해 2년간 석 장의 앨범을 내고 시쳇말로 잘 나가던 그는 돌연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모가 난 성격이었어요. 전 항상 뮤지션이었는데, 제작자와 매니저는 저를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가서 웃겨야 하는 연예인으로 키우려고 했죠." 그 후 7년의 공백기가 이어졌다. 2001년 록 밴드 노페이트를 결성해 다시 앨범을 발표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채 음악에서 또 손을 뗐다.

그 후 10년은 고난의 시절이었다. "음악을 떠난 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어요.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사기를 당해 한동안 고소 고발에 시달렸어요. 이후 손을 댔던 기획사도 잘 풀리지 않았죠."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돌아보면 그 모든 방황이 "누구의 간섭 없이 록에만 매달리는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자구책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밴드 이름 제라에 담긴 뜻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마법의 주문처럼 들렸다. 제라는 '지저스 록 어게인(Jesus Rock Again)'의 준말로, 강한 어감을 위해 'J'를 'Z'로 바꿨단다. "'주여, 록의 시대를 다시 열어주십시오' 또는 '맙소사, 록의 시대가 다시 왔구나'라는 뜻이에요." 진지하면서도 자신감에 차있는 그의 표정에서 록에 대한 간절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국내 록 밴드들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힘들게 음악을 해요. 10년 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페이트의 앨범이 순식간에 사장됐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라가 록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도 진출해 국내 록 밴드들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데 앞장설 겁니다."

이덕진은 한 가지 포부가 더 있다. 록 음악과 기독교 음악인 CCM을 결합하는 것이다. 약간 생뚱맞게 들리는 이 조합에 대해 그는 "기독교인인 제가 어려서부터 꿈꿔 왔던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CCM의 장르적 저변이 정말 넓은데 국내는 매우 좁아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내년쯤 CCM 정규 앨범을 발표할 생각이에요. 장르는 록이지만 가사가 성경 말씀인 거죠. 제라란 이름에 지저스(Jesus)가 들어가는 또 다른 이유에요."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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