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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퇴비화 변기' 만든 강명구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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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퇴비화 변기' 만든 강명구 아주대 교수

입력
2011.07.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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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세식 아니라 더럽다고요? 마른풀 덮어주면 냄새도 전혀 안 나죠"

고속도로에서 나와 시골길을 10분여 더 달려 도착한 경기 광주시 중부면 상번천리 산아래 주택. 아주대 강명구(57ㆍ행정학) 교수가 2000년에 시골 목수, 인부들과 함께 직접 지었다는 집은 냉장고 가스레인지는 물론이고 세탁기와 건조기, 아일랜드 부엌까지 있는 최첨단 주택. 그런데 부엌 바로 옆에 재래식 비슷한 화장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부엌 바로 곁에 있는 보일러실에 있는데 부엌문을 열면 그 뒤에 숨어버려서 말해주지 않으면 1주일간 묵었던 손님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화장실이다. 비결은? 냄새가 나지 않아서이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똥 이야기인데, 냄새는 안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_ 가장 최근에 쓴 시간이 언제지요?

"한시간 반 전에 제가 썼어요."

_ 진짜 냄새가 전혀 없는데요.

"그렇다니까요."

_ 비결이 뭐지요? 구조를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마른 풀을 덮어주면 냄새가 전혀 안나요. 그대로 함께 잘 익어버리니까. 일단 통은 공사하면서 나온 플라스틱 도료통으로 20리터들이예요. 이걸 놓고 그 위를 네모난 상자로 덮었어요. 네모난 상자 위에 구멍을 뚫고 그 위에 변기틀을 얹었어요. 저는 목공이 취미라 이걸 나무로 만들었는데, 그냥 보통 수세식 변기틀을 얹어도 돼요. 이 뒤에 마른풀을 넣은 통을 두고, 일을 보면 마른 풀을 덮어주는 거지요."

_ 어느 정도나….

"손으로 두 번쯤 넣어주니까 세 배 정도?"

_ 매일, 온 가족이 쓰나요?

"그럼요. 가끔 소변은 따로 보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써요. 저희 집에 애들이 셋인데 큰 애는 카이스트에 있어서 어쩌다 오고 둘째는 미국에서 의과대학원 다녀서 막내랑 셋이 사는데, 사나흘에 한번씩 비워주지요."

_ 어디로요?

"한 평 정도 되는 퇴비장을 만들었어요. 퇴비칸을 세 군데로 나눠서 가운데는 마른 풀을 항상 두고, 오른쪽에는 새로 오는 걸 모으고, 왼쪽은 작년에 쌓인 거 그대로 두는 곳이고요. 오른쪽 꽉 차면 왼쪽 거 퍼내서 밭에 뿌리고, 거기다 새로 쌓아가면서 오른쪽 것 숙성시키고. 1년씩 돌아가면서 하는 거지요. 음식쓰레기도 이곳에 버리고, 비가 들이치지 않게 지붕도 만들었어요."

_ 숙성이라는 건, 부숙이라고 말하는, 퇴비화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지요?

"네. 1년 동안 내버려두면 진갈색의 톱밥 같은 흙이 되는데, 아주 잘 익어서 구수한 흙냄새가 나요. 그 밑에는 지렁이가 얼마나 많은지. 땅이 얼기 전 12월 중순쯤에 밭으로 옮기지요."

_ 파리가 꼬이지 않나요?

"제가 처음 이걸 만들 때 세 가지를 생각했어요. 기다리자, 냄새 안 나게 하자, 파리가 안 꼬이게 하자. 파리는 물기가 생기면 꼬여요. 마른 풀을 충분히 덮어주면 파리가 안 와요."

_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조셉 젠킨스라는 미국인이 쓴 을 2004년 봄에 녹색평론사에서 라는 제목으로 번역해냈어요. 거기에 이 방법이 들어있었는데,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는 목공실에서 변기틀부터 만들었어요."

_ 가족들이 선뜻 따르던가요?

"여기가 보일러 연통 밑이라 따시고 아늑해요. 나무틀이 닿는 감촉이 좋잖아요. 처음에는 자기가 눈 걸 보면서 덮어야 하니까 그걸 조금 힘들어했어요. 조금 지나니까 아주 익숙해지고. 이런 걸 이야기해줬지요. 좋은 걸 먹어야 그게 우리한테 돌아오니까 깨끗한 걸 먹어라."(큰 애가 대학생, 둘째가 고등학생, 셋째가 초등학생일 때다)

이때 부인(이준숙씨)가 한마디. "처음에는 다들 기겁을 해서 목공실에 놓고 남편 혼자 썼어요. 1주일 직접 해보고 진짜 냄새가 안 난다고 해서 보일러실로 들어왔지요. 제가 해보고, 아이들도 하게 됐어요."

_ 실내에 수세식 화장실도 있지요?

"네. 처음 이 집을 지을 때 관행적으로 수세식 화장실을 두 개 만들었어요. 하나는 욕실 옆이고, 하나는 손님용으로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그런데 우리집 식구들은 전부 이걸 쓰니까 아예 수세식 화장실 하나를 이걸로 바꿀까도 생각 중이에요."

_ '퇴비화 변기'로 이름을 붙이고 올해 초에 지방신문에 쓰는 칼럼에 소개하기도 했지요. 따라하는 사람도 생겼나요?

"이게 8년째니까 친구들한테는 많이 보여줬어요. 아무도 따라하질 않아요. 교수 친구 하나도 시골에 간이주택 만들더니 이동식 변기 사다 놓고 방향제 뿌리고 팬 틀고 별 짓 다해요. 그러지 마라, 간단한 거다 해도 두려워하더라구요. 텔레비전 보니까 시골로 들어가 살게 된 카이스트 출신 부부가 나왔어요.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옛날 그대로 집에서 멀리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어서는 비 오면 우산 쓰고, 그 고생을 해요."

부인 이준숙씨 "사람들이 더러운 것에 대한 절대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이런 친환경적인 일을 해냈다는 것이 굉장히 자랑스러우니까 사람들이 오면 막 자랑해요. 그러면 이 걸 보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여자분들은 멀리서 변기틀만 보지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똥 안 보이고 풀밖에 없어요'그래도 절대 안 봐요."

_ 현대사회가 너무도 청결해져서 더러운 것이 두려운 것이 되었다는 사실은 철학적인 화두네요. 반면 생태운동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살린다고 전통 방식의 화장실을 되살리는데, 어휴, 그건 정말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지지하기가 괴로워요.

"그래서 제가 학자로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됐어요.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데 공공에도 기여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은 자기에게 이롭지 않은 일은 잘 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면서 동시에 공공에도 기여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서 자꾸 제시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_ 퇴비화 변기는 그런 것인데도 널리 퍼지지 않네요.

"이곳이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그린벨트인데, 얼마 전에 경기도에서 여기를 개발하려고 저희집 앞까지 오수관로를 묻었어요. 아파트단지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단독주택지를 만들 거면 저런 변기에 한 평 정도의 퇴비장만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산을 파내면서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집까지 오수관로를 연결하니까 그게 얼마나 낭비적인 토목공사입니까? 정말 멍청한 짓이지요. 지방에도 농촌주택 개량하면서 전부 수세식 화장실을 넣어요. 그러면 그건 정화조를 거쳐 환경을 버리는 오물이 되잖아요. 전원주택을 만들면서도 수세식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 되었어요. 이렇게 활용하면 아주 좋은 퇴비가 되는데."

_ 우리나라는 실상 70년대까지도 푸세식 화장실을 쓰면서 인분을 퇴비로 활용하던 나라인데 이제는 화장실 개선 하면 곧바로 수세식 화장실이 연상되는 나라가 되었어요.

"이게 실상 시골 요강하고 똑같은 것인데 낙엽이나 마른 풀을 덮어서 냄새가 안 나게 하니까 집으로도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지요. 우리나라는 역사든 생활이든 과거를 깡그리 덮고 완전히 새로 만드는 방식만 따르려고 해요. 그러니까 과거를 개선하면서 더 쾌적하고 편리하고 비용도 덜 드는 중도적인 방식이 들어올 여지가 없어요."

_ 사실은 교수님도 젠킨스 책을 읽기 전에는 못했고요.(웃음)

"하하. 그래도 늘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걸 실천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량한 것도 있어요. (젠킨스는 톱밥을 권하는데) 덮어주는 재료를 한국에 맞게 왕겨 짚북대기 낙엽 떨어진 거를 최대한 활용했지요. 풀 깎은 것을 말려놓으면 최고 좋아요."

_ 풀이 넘치나요? 변이 넘치나요?

"저희집은 안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마른 풀이 귀하지요. 그런데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낙엽을모아서 잘라 쓰면 충분히 돼요."

_ 풀이나 낙엽을 반드시 잘라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크기가 크면 썩는 데 시간이 걸려요. 흔히 마른 잎을 브라운이라고 하고 음식물쓰레기 오물 같은 젖은 것을 그린이라고 하는데, 브라운과 그린을 켜켜이 쌓으면 호기성 박테리아가 달라붙고 이게 부숙이 되면서 영양가 좋은 흙으로 바뀝니다."

_ 수도물값이 별로 안나오겠네요.

"여기서는 다 지하수를 쓰니까."

_ 먹는 물도 지하수인데 스며들까 걱정되지 않는다고요?

"지하수원은 멀리 있으니까 상관 없고, 원래도 스며들지 않아요. 퇴비칸 하나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하나는 하지 않았는데 두 군데 다 바닥에는 왕겨나 낙엽을 두툼하게 깔아줘요. 낙엽을 두툼하게 깔면 그게 메팅(matting ㆍ돗자리 효과)이 되어서 물이 거의 새지 않아요."

_ 그래도 만에 하나, 회충이나 병균이 남아서 결국에는 땅으로 흘러들 염려는 없나요?

"젠킨스 책에 따르면 부숙이 일어나면 퇴비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회충알이나 균은 물론이고 화학성분 약제 독성 같은 것도 다 삭는다고 하지요. 제가 달걀을 마른풀로 싸서 퇴비 안에 넣었다 한 시간 뒤쯤 꺼내 봤어요. 진짜 흰자가 응고됐더라구요.(단백질의 응고 온도는 65도 이상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처음에는 구충제를 먹기도 했어요."

_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면 어디에나 가능할까요?

"한 평 정도 퇴비장을 만들 공간과 텃밭, 덮는 재료만 있으면 가능하지요."

_ 그래도 굳이 불편한 점이 있다면?

"통을 들고 나간 줄 모르고 애들이 소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밖에는 없어요. 제가 주변에 그러지요. 냄새가 나긴 난다. 수세식 변기만큼 난다.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지요. 일단 시작해보면 계속하게 되고 계속하게 되면 길이 생기고 그 길을 걷다보면 또다른 지평이 생겨나면서 사람도 바뀌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면 점점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텐데요."

마지막으로 그 변기를 직접 써보았다. 나무가 닿는 느낌이 플라스틱보다는 부드러웠다. 일을 보는 동안 마른 풀냄새와 미약한 퇴비냄새가 올라왔다. 분명히 말하지만 고약한 냄새는 절대 아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수세식 화장실로 인해 버려지는 오물은 하루에만도 4만3,565톤(2009년 기준)이나 된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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