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는 등 경찰 측 입장이 많이 반영될 기류가 감지되자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 평검사들은 검찰총장에게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반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개특위는 17일까지 검ㆍ경이 조정안을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양측이 만족할 만한 최대공약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검찰과 경찰 실무진은 국무총리실 중재 하에 조정안 마련을 위해 여러 차례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양측 실무진은 16일에도 총리실 조정회의에 참석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말로는 지휘를 받겠다고 하면서 검찰 통제는 절대로 안 받겠다고 주장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이날 오후 이귀남 법무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긴급 회동해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이 '손해의 균형'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절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논란과 관련해 그간 정면 대응을 자제해왔던 검찰은 최근 들어 형사소송법 196조 제1항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발끈하는 분위기다.
서울남부지검 평검사 48명은 1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뒤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지휘 규정이 삭제되거나 경찰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되면 국민의 인권 보호를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도 16일 수석검사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가 평검사 전체회의로 개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급속히 확산되는 듯했으나, 중앙지검은 의사전달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지검과 인천지검, 광주지검 등 지방검찰청 평검사들도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검사들의 반발 기류는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검찰 내부전산망에도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요구를 비판하는 날 선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 폐지 논란은 상징성만 있을 뿐이고 일부 검사들만의 문제이지만 수사권 조정은 현실화할 경우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는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총리실 조정회의에 참석한 민갑용 경찰청 기획조정과장은 "경찰은 수사지휘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수사지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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