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로 촉발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수사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문 이사장이 참여정부 시절의 비사를 정리한 책 을 지난 14일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 조사를 지켜보며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이사장은 또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부장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묻어 있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30일 검찰에 나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일 오후 5시경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인 핀센(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이 우리 수사팀에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에서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단서를 보내 왔다”며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많이 남아 있으니 (문 이사장 측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태도가 오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을 처음 뵈었을 때도 내가 상석에 앉거나 태도를 건방지게 해서 조금이라도 언짢게 느낄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 당시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조사를 마쳤을 무렵에도 내가 직접 중수부 특별조사실로 올라가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등 예를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가 강하게 반발하자 문 이사장도 가만 있지 않았다. 문 이사장은 “수사기록은 우리 손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비공개 신청을 했느냐”며 이 변호사의 항변을 재차 비판했다. 이 변호사가 “최대한 예를 차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겸손이 뭔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이 변호사는) 겸손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기소를 앞둔 5월23일 고향인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에서 서거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당시 변호사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했으며,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중수부장 직에서 물러났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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