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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현대음악 전문 연주자 임수연 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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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현대음악 전문 연주자 임수연 이정란

입력
2011.05.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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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펼쳐졌던 프랑스 타악 주자 아드리앙 페뤼숑의 리사이틀은 두 한국인 여성 협연자들의 출연으로 더욱 빛났다. 현대음악을 전공한 피아니스트 임수연(40)씨와 첼리스트 이정란(27)씨는 페뤼숑의 다채롭고도 공격적인 타악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모두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유학해 일찍이 현대음악과 만났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공연 뒤 서울시향 연습실에 모인 이들의 대화에서는 예술과 진보라는 테마가 즐겁게 변주됐다. “연주자로서 현대음악 최대의 매력은 악보를 해석해 즐기면서 연주하는 거에요. 거기서 비롯되는 생명력은 아름답죠.”비록 현대음악 전문은 아니지만 프랑스에서 대가 피에르 불레즈의 앙상블 앵탕콩탱프랑에 참여하면서 현대음악에 매료된 이씨의 말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연주 기회 없었던 작곡가 모리스 오하나를 소개한다는 감회가 컸어요. 제의를 받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악보를 통째로 얼른 외웠죠.” 그날 임씨의 피아노가 현란한 타악 선율과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메시앙 탄생 100주년 당시 일련의 관련 콘서트로 인상을 남기는 등 현대음악을 파고드는 임씨의 지치지 않는 행보가 인상적이다. “한국은 익숙해 지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가 심해요. 음악을 오락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죠.”사실 서양에서는 고전의 위치에 있는 프로코피에프나 드뷔시까지도 현대음악으로 치부되는 것은 한국의 클래식이 20세기 이후의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정체 상태라는 증거다. “콩쿨에서까지 현대음악을 지정곡으로 넣는 서양의 실정에 눈을 감고 있는 거죠.”

현대음악과 연결의 정도는 다르지만 이들은 자신의 몫에 충실하다. “미술 오페라 문학 연극 등 장르 구분 없이 현대성을 주제로 한 협연 이벤트를 10월 독주회에서 선보일 계획이에요.” 이씨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무대다. 대중성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현대무용가 등 인접 장르의 진보적 예술가들을 섭외 중이다.

스스로 현대음악의 전도사로 자임하는 임씨는 보다 근본주의적이다. “5월 14일 통영의 윤이상기념관 연주로 2006년부터 해 온 ‘임수연의 모던 컨템퍼러리’가 5회를 기록했어요. 앞으로는 지역, 국가별로 나눠 현대음악 기획 콘서트를 이어갈 거에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그의 말은 소통에 초점을 둔다. “객석으로부터의 피드백을 가장 긴밀히 느끼는 자로서 (현대음악의) 매력을 보여 줘야죠.” 악보 대로의 연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명제를 새삼 강조하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에 대한 고문이 되니까요.”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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