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일제히 시작돼 한 달 남짓 시간이 지났다. 지금 새 교육과정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은 채 출발했기에 다소 이른 듯하지만 조심스레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일부이긴 해도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당초 목표에 다가서는 데 도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 부담 줄고 효과 높아져
학기별 이수과목 수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다소 줄어들고 있으며, 교과 집중이수제에 따른 블록타임제 실시로 일부 교과이긴 하지만 학습효과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또한 특정과목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단위 학교에서 자유롭게 교과별 증감 편성이 가능해지면서 문ㆍ예ㆍ체 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창의ㆍ인성 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현장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대폭적인 변화를 동반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유이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학교별로 특색 있게 편성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이라는 취지에 부응하게 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물론 진작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 동안 교과수업만 중시하던 분위기에서 미흡하나마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이런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앞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과 집중이수제로 일부 교과에서는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역설적이지만 교육과정 자율화에 따른 국ㆍ영ㆍ수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전입하는 학생들의 교과 이수에 대한 대책 역시 더 늦기 전에 세워야 한다. 이 문제는 2012년에 본격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입 학생이 이전 학교에서 이수하지 못한 교과가 전입한 학교에서 이미 이수가 끝났다면 해당 학생을 구제하기 어렵다. 특히 공통과정에 해당하는 교과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동ㆍ하계 방학기간을 이용해 특별 이수과정을 운영하면 해결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고스란히 남는다.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2014년부터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화를 준다고 하지만 평가의 형평성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여기에 교육과정은 고쳤지만 미처 교과서를 개발하지 못한 오류 역시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과정의 총론만 우선 개정하고 각론은 추후 개정하는 순서를 거쳤기에 발생한 문제인데, 시기적으로 충분한 시간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교과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서 개발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정도 앞당기겠다는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과서 개발이 단시간 내에 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를 고려하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지속적 개선 노력 기울여야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의 근간이 되는 만큼 약간의 소홀함도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당초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을 찾아야만 애초 목표한 교육현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대폭적인 손질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을 위해서도 피해야 한다. 교육현장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것이 개정 교육과정의 조기 정착을 위한 길이다.
이창희 서울 대방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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