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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유럽 이전의 아시아' 다르지만 서로 같은…인도양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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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유럽 이전의 아시아' 다르지만 서로 같은…인도양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입력
2011.04.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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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전의 아시아/쵸두리 지음ㆍ임민자 옮김/심산 발행ㆍ736쪽ㆍ4만원

"모든 아시아 문명은 음식을 날것과 익힌 것, 절인 것 등 셋으로 구분하고 있다. 중동과 인도에서는 채소를 대부분 날것으로 먹었지만 고기 생선 달걀은 익히거나 절인 상태로만 상에 올렸다, 극동과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에서는 어패류 콩 달걀을 발효시켜 먹는다. 중국 요리의 진미 중 하나인 송화단은 소금과 재를 섞은 혼합물에 달걀을 넣어 두면 삼투현상으로 달걀이 푸른색 젤리로 변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달걀을 냉 전채의 재료 가운데 하나로 식탁에 내놓았다."

영국 런던대 아시아경제사 교수이자 인도양연구센터 소장인 K N 쵸두리가 쓴 <유럽 이전의 아시아> 는 이슬람 발흥기로부터 유럽이 진출하기 전인 1750년까지 인도양의 경제와 사회, 문명 간의 상호작용을 거시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왕조의 흥망 등 정치사 위주의 역사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사는 이야기 즉, 하부구조인 경제를 주제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음식과 음료, 의복과 사회적 습관, 건축과 주거, 토지와 그 생산물, 유목민과 유목, 직물공업, 야금공업, 유리와 도자기, 도시화 형태 등 경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항목들을 다루고 있다. 이 항목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사회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이슬람,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문명이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이런 여러 분야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가령 조생종 벼의 경우 1012년경 인도차이나반도의 참파왕국과 중국에 이르는 지역에서 도입된 것이 기록에 남아 있는데 저자는 여러 기록들을 검토해 이것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또 앙코르와트 시기 동안 캄보디아 농촌 인구가 전멸한 것을 두고 프랑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은 생태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치명적 꼬마학질모기와 반점학질모기는 신선한 물이 흘러들면서도 물이 잔잔하고 볕이 잘 드는 물 웅덩이에서 잘 번식하데 앙코르와트의 운하에 있는 물이 깨끗해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이것이 일상생활과 농경을 혼란에 빠뜨렸다. 1,200년대 이후 스리랑카는 대규모 관개시설이 붕괴되어 버렸는데 저자는 말라리아의 참화로 사람들이 병약해져 관개 수로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본다.

저자 자신이 이 책을 브로델에게 헌정한 데서 엿볼 수 있듯이 브로델의 양대 저서로 꼽히는 <펠리프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세계> 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에서 영감을 얻고 브로델의 이론을 좀더 정교하게 가다듬은 뒤 그 무대를 인도양으로 옮겨 시도한 문명서다. 음식 의복 주택을 장기 지속의 물질생활의 첫 단계로 묘사하거나 장거리 교역과 거대 상인들의 활동을 상업자본주의의 최상층으로 보는 것과 같은 브로델의 관점을 많이 따랐다.

저자가 말하는 인도양은 때로는 중국과 일본까지 포함하므로 이 책은 넓게 보면 1,000년간 아시아 문명의 경제적 토대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남아시아의 역사를 많이 알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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