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42만명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현대캐피탈이 범인에게 송금한 돈의 일부를 은행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하는 20, 30대 남녀 2명의 CCTV 화면을 확보, 이들의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범인들이 현대캐피탈 전산망을 지난달 초와 말, 두 차례 해킹할 때 이용한 경유지 서버 두 개의 임대자인 20대와 30대 남성의 인적 사항을 확인, 이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경찰과 현대캐피탈은 지난 8일 범인이 두 차례 해외 이메일을 통해 입금하라고 지정한 4개 시중은행 계좌 중 한 곳에 1억원을 입금했으며 범인은 이 돈을 7개 시중은행의 7개 계좌로 분산 이체한 뒤 농협 서울 구로지점 등 7곳의 ATM에서 일일 지급한도인 600만원씩 모두 4,200만원을 인출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농협 구로지점과 신한은행 숙명여대 입구점 등 ATM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인출책 2명의 영상을 확보했다. CCTV 영상은 비교적 양호해 유사범행 전과자를 대상으로 대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6,200만원은 경찰의 지급정지 신청으로 인출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범인들이 분산 이체한 계좌의 예금주가 모두 법인 명의로 돼 있어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법인의 실체를 확인할 방침이지만 노숙자 등 타인 명의로 만든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두 차례 해킹 당시 전문 해커가 필리핀에서 접속한 점, 경유지로 이용한 국내 서버 2개의 임대자가 서로 다른 점, 확보한 CCTV 화면에 등장한 인출책 2명이 다른 점 등으로 미뤄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범죄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에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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