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떨어지지만, 요즘 국내 주식형펀드는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해에만 19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됐던 주식형 펀드에 2월(순유입ㆍ1조7,912억원)들어 돈이 몰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조정 국면에서 진행되는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긍정적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매도 공세로 2,100선에 있던 코스피지수를 2,000선 이하로 끌어 내린 외국인을 대체할 국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수가 1,80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증시를 관망하던 국내 자금이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비교적 원활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한국 증시를 낙관하는 투자자금이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가매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펀드는 뭘까. 전문가들은 '역발상' 투자를 권한다. 지수 하락 국면에 돈을 넣기로 했다면, 투자 펀드도 지수가 반등할 때 강력하게 오르는 게 제격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담당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경우 반등 폭이 가장 큰 펀드는 그룹주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장에서 직격탄 맞은 그룹주펀드
말 그대로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의 주요 주력 상장 종목만 골라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의 최근 수익률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금융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주요 운용사가 굴리는 삼성그룹주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67~-4.42%에 머물고 있다. 이들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25%를 넘고, 올들어 다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0.77%)과 비교해도 형편 없는 성적이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IT 비중이 높다"며 "1월말 100만원대를 돌파했던 삼성전자가 급락하면서 이 펀드의 수익률도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주 펀드와 LG그룹주펀드도 조정 국면(1월 28일 이후)에서 수익률이 대부분 -4%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현대자산운용의 '현대현대그룹플러스1(주식A)'는 1년 수익률이 50.21%에 달하는 상품인데 최근 조정장에서의 수익률은 -4.65%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 반등시 기대되는 그룹주펀드
하지만 주가 반등을 확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초라한 성적이 오히려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그룹주 펀드와 현대차그룹주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증권 배성진 펀드담당 연구원이 "올 하반기에는 IT와 금융업종의 여건이 좋아질 것인 만큼 삼성그룹주가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 좋다"는 의견을 낸데 이어,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도 "현대차의 국내 생산이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하는 등 실적이 좋았고 상반기 수출 전망도 밝다"는 입장이다.
물론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우량주인 만큼, 증시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질 경우에는 오히려 낙폭이 커질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펀드담당 연구원은 "그룹주펀드는 특정 업종 중심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며 "시장이 좋으면 일반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변수에 따라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 비중은 30~50%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김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주와 관련,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수 있고, 하반기 미국 경쟁업체의 신차 출시 움직임 등 위험 요소가 남아 있어 장기 투자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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