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여자프로농구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그런데 여자농구 경기 시간에 오락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여자농구를 TV로 볼 수 없어서 인터넷으로 본 기억이 있다. 여자프로농구는 전체 경기의 80% 이상 중계를 조건으로 다년간 독점 계약돼 있다. 지난 시즌에만 해도 여자농구는 거의 모든 경기가 생방송으로 중계됐었다.
남녀 모두 농구의 시청률이 너무 저조하다 보니 방송 관계자들은 늘 울상이다. 특히 이변이 거의 없는 여자농구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4일 신한은행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는데, 농구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어떤 농구인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팀으로 올스타를 만들어도 두 팀간의 승패는 모를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도 한다. 그만큼 신한은행이 절대 강자라는 얘기다.
스포츠의 묘미는 이변에 있다. 뒤집어 말하면 예상이 100% 적중한다면 그만큼 흥미가 떨어진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생각대로 돼 가는 스포츠를 누가, 얼마나 재미있게 보겠는가? 1980~90년대 농구대잔치 때만 해도 조흥은행-외환은행, 제일은행-신탁은행, 태평양-한국화장품 등의 경기는 남자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여자농구는 남자와는 또 다르다. 팀이 6개밖에 안 되다 보니 드래프트에서 제아무리 좋은 신인을 뽑는다 하더라도 프로에서 뛰려면 최소한 3~5년이 걸린다. 그것도 감독이 참고 기다려 줘야 가능한 얘기다. 몇 년 전부터 여자농구는 외국인선수 없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토종 센터의 기량 성장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재미가 너무 없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 이제는 여자농구가 다시 외국인선수를 뽑아 한 단계 더 도약할 때가 된 것 같다.
한 쿼터 동안은 외국인선수가 뛸 수 없게 하되, 일률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감독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팬들도 어떤 팀이 외국인선수를 몇 쿼터에 뛰게 할지 궁금해할 것이다. 더 이상 여자농구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 서울 SKㆍ 구리 금호생명 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