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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를 위해… '록전설' 들국화 다시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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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를 위해… '록전설' 들국화 다시 피다

입력
2011.02.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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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의 전설. 1980년대를 풍미한 그룹 들국화 앞에 늘 붙는 수식어다. 그야말로 전설처럼, 한국 대중음악사에 깊은 족적을 남기고 사라졌던 이들이 하나 둘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최성원(베이스)은 최근 영화 ‘기타가 웃는다’의 주제곡이기도 한 디지털 싱글 ‘사람의 풍경’을 냈고, 조덕환(기타)은 지난달 첫 솔로 앨범 ‘롱 웨이 홈’을 발표했다. 주찬권(드럼)은 엄인호, 최이철과 프로젝트 그룹 슈퍼세션으로 활동 중이다. 요양 중인 전인권(보컬)의 건강이 호전되면서 들국화 재결성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1집 ‘행진’의 포효 이후 사반세기, 이들은 무엇을 꿈꾸며 다시 행진을 하려는 걸까.

“소수의 제작자와 방송 관계자들만 살찌우는 현재의 대중음악 판에서 진정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내 아트금융홀에서 만난 최성원, 주찬권, 조덕환은 대중음악계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들국화 탈퇴 후 1987년 미국으로 갔던 조덕환은 “재작년 돌아와 보니 온통 댄스뮤직뿐이더라”면서 “세대마다 다른 음악을 즐길 권리가 있는데 한국에는 오직 10대를 위한 음악만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성원은 “전통적인 록음악이 거의 발붙일 자리가 없다”면서 “우리가 제대로 했다면 지금 이 모양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에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들국화는 1980년대 초 이화여대 앞 음악카페 ‘모노’에서 2인조로 공연하던 전인권과 허성욱(1997년 작고)이 최성원에게 그룹 결성을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1983년 합류한 조덕환은 “종로 라이브 클럽에서 듀엣으로 활동하던 중 손님으로 온 전인권이 ‘음악이 좋다’며 술을 권한 것이 인연이 돼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음악적 기질에 딱 들어맞는 그룹명은 후에 지어졌다. 최성원은 “택시 안에서 들국화 껌을 씹다가 이거 어떠냐고 제의했다. 당시 전인권이 그룹 스카이라크의 ‘와일드 플라워(Wild Flower)’를 잘 부르기도 했다”며 웃었다.

군사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나온 1집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당대 젊은이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열정을 대변한 노래들은 전인권의 포효하는 듯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을 울렸다. 그러나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주찬권은 “당시 문화에 대한 도전적 성격이 강했던 탓인지 ‘창법 미숙’ ‘가사 치졸’ ‘내용 퇴폐’ 등의 이유로 들국화의 거의 모든 곡들이 방송금지를 당했다. 당시 우리는 장발이었는데 TV에 한 번 나가려면 머리카락을 다 잘라야 했다”고 회고했다. 방송 길이 막힌 이들은 1986년 봄부터 서울 신촌 크리스탈 백화점 옥상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최성원은 “방송에서 콧방귀도 안 뀌니까 당시 기획을 맡았던 이백천 선생이 비틀스도 애비로드 옥상에서 했던 공연이 전설로 남았다며 옥상 공연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들국화는 오래 피지 못했다. 1987년 전인권과 허성욱이 대마초 사건에 휘말리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1989년 공식 해체됐다.

이들에게 들국화 재결성은 대중음악계에 진 빚을 갚는 일인 듯 했다. 조덕환은 “전인권의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운을 떼자 최성원, 주찬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원은 “다시 들국화로 활동하며 진정으로 음악을 하려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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