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맞비판이 난무하는 게 정치권이라지만 특정 인사를 겨냥한 서늘한 비판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는 게 정치인의 생리다. 자신이 쏜 비판의 화살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일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활약'은 이례적이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지사, 강재섭 전 대표 등 여권 거물급 인사 세 명을 잇달아 비판했다.
그는 4ㆍ27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남 김해을에 김 전 지사가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김해을 보궐선거는 '박연차 보선'인데, 김 전 지사도 박연차 스캔들로 낙마한 것 아니냐"면서 "이는 정치 도리상 맞지 않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그는 이어 "연예인도 스캔들이 생기면 일정기간 자숙하는데 아직 덜 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재보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를 정면 비난한 것은 드문 사례다.
또 분당을 보선에 출마하려는 강재섭 전 대표에 대해선 "그는 5공 인물로 만약 공천을 준다면 과거로의 회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강 전 대표는 당 대표를 하면서 18대 총선 공천을 할 때 친이 친박 간 갈등을 심화시킨 책임자"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정운찬 전 총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 전 총리가 자신의 대∙중소기업'이익공유제' 도입 주장을 비판한 홍 최고위원을 겨냥해 '홍준표가 뭘 아느냐?'는 식으로 반박한 것을 겨냥했다. 그는 "정 전 총리는 총리할 때 법무부를 어떻게 지휘했느냐. 법률 전문가도 아닌데"라고 날을 세웠다. 홍 최고위원은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린 듯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나는 731부대가 일본의 세균전 부대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거듭 정 전 총리를 꼬집었다. 정 전 총리는 총리시절 731부대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적이 있다. 그는 정 전 총리의 이익공유제에 대해 "대 ∙중소기업 상생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의 독설과 비판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주 타깃이었다. 최근 당 개헌특별기구 설치를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해놓고, 최고위원들이 허수아비냐"고 쏘아붙였던 게 홍 최고위원이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에서도 홍 최고위원은 주저함이 없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대구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충청권에서도 표를 받아야 하므로 (과학벨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박근혜 우상화는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당 안팎에는 홍 최고위원의 비판 시리즈에 대해 "용감하게 옳은 말을 하는 것 아니냐"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남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옹호론과 "너무 좌충우돌이다" "자기만 옳다는 독선주의"라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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