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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자리가 최대 복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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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자리가 최대 복지' 맞다

입력
2011.02.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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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가. 출범 때는 '7-4-7' 같은 성장 구호를 들고 나온 현 정부가 친서민 공정사회를 내세우더니, 정치권에서도 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한국인만큼 공정성에 민감한 사람들도 드문 데다, 양극화는 무자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복지제도는 미비하다.

분배정의 핵심은 일자리 유무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없는가. 3년 전만 해도 국민적 합의는 '성장'에 있었던 것 아닌가. 꼭 성장은 아니더라도 '일자리가 최대 복지'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 아니었던가. 지금도 현 정부의 기본 입장은 그런 것 같다.

일자리가 최대 복지라는 생각은 맞다. 이것은 한국 경제성장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은 성장률도 높았지만 소득분배도 좋은 나라였다. 시장소득 분배만 보면 개도국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더 좋았다. 한국은 복지제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시장소득 분배가 평등했기 때문에 복지제도를 통해 재분배를 한 선진국에 비해서도 분배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 바로 일자리다. 개도국에서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노동집약적 공산품 수출로 고도 성장을 한 것이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분배도 평등하게 유지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은 1997년 외환위기 후 바뀌었다. 성장 동력이 가라앉으니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없으니 양극화가 진행되었다. 올라간 환율 덕에 수출은 늘었지만, 이제 수출은 예전 같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없다. 자본집약적 중화학공업 제품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수출의 주체는 역시 자본집약적 생산 방식을 쓰는 대기업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바로 복지 증가로 대처해 왔다. 외환위기 전 국내총생산의 3% 정도였던 복지 지출이 10여년 사이에 8%로 늘었다. 한국의 복지체제는 여전히 미비하지만 그 증가 추세는 낮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일자리가 늘지 않아서 악화하는 양극화를 복지로 메워 온 것이 외환위기 후 한국경제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일자리가 최대 복지라는 인식은 분명히 맞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문제는 그런 인식이 아니라 그에 맞는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 고환율로 수출 늘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더니 2008년 위기 후에는 더욱 그런 식이 되었다. 내수 진작책으로는 2008년 위기 때 재정을 투입한 것 말고는 말 많은 4대강 사업이 두드러진다.

처음에 대기업 편중 정책을 쓰다가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늦게라도 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은 말 뿐,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서비스산업 육성도 별 진전이 없다. 예컨대 영리의료법인 같은 것은 국민개보험 서비스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밀려 지지부진 하다. 그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 위에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가. 4대강 사업 같은 추진력을 투입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공정사회 위해 추진력 높여야

한국이 앞으로 복지제도를 더 정비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와 함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자리가 결정적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국인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경우 더욱 그렇다.

물론 일자리 창출만으로 진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현 정부건 정치권이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 문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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