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정계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무바라크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난 정치조직이 잇따라 창당을 선언하는 가운데 국정운영 전권을 쥐고 있는 군부도 개헌위원회 구성을 완료,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무슬림형제단은 15일(현지시간) 합법적 정당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형제단의 에삼 알 에리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자유, 정의 등 보편적 가치와 이슬람 가치가 결합된 민주적 시민 국가의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이면서도 불법단체였던 무슬림형제단이 정당 결성을 선언한데 따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형제단은 애초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슬람 세력 집권 가능성을 우려하자 "차기 대선 불출마는 물론 의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었다. 그러나 기조가 바뀐 것이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청년 활동가들도 이날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날의 이름을 딴 '1월25일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제단이 잡음 없이 합법 정당으로 거듭날 지는 미지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형제단에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 때 이름을 떨친 압델 카림(29)과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모하메드 바디에(66)가 그들이다. 카림이 인권과 자유, 정치적 다원성 등 민주주의에 보다 유연한 반면, 바디에는 이슬람주의에 기반한 반미 노선의 강경파다. 현재 형제단 지도부는 바디에가 장악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15일 퇴직 법관인 타레크 알 비슈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헌위 구성을 마쳤다.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소비 살레 변호사를 위원으로 발탁한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의 결단이 놀랍다"고 평했다. 살레 변호사는 무바라크 정부가 극단주의자로 분류한 인물. 얼마 전까지 반정부 활동 변호로 복역한 경험도 있다. 신문은 비슈리 위원장도 이집트 야권의 다양한 성향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묘사했다.
하지만 군부의 파업중단 촉구에도 16일 근로자들의 시위와 파업은 계속됐다. 수백명의 카이로 공항 근로자를 비롯, 직물공장 근로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시위를 벌였다. 수에즈 운하 북부 끝의 항구도시 포트 사이드에서도 1,000여명이 쓰레기를 부근 호수에 버려온 화학공장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였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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