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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숨고르는 이집트 시민들 '폭풍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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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숨고르는 이집트 시민들 '폭풍 전야'

입력
2011.02.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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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발발한 지 보름째를 맞은 8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는 점차 도시 기능을 회복해 가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엔 시위대의 피로감, 진행중인 협상, 정부 측 유화책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상승하던 국제유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선 문을 닫았던 식료품점, 음식점 등 상점들이 속속 영업을 재개했다. 거리엔 차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은행지점들도 상당수 문을 열었다. 타흐리르 광장에 상주하는 시위 참가자는 여전히 수 만명에 달했으나 시위 양상에서 치열한 긴장감 보다는 이제 좀 쉬어가자는 대중축제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누군가 아랍권 인기 오락인 시 낭송을 하면 청중이 박수로 운율을 맞추고, 다양한 전통공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무바라크 정권은 잇따라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통행금지 시간을 완화한 데 이어 공무원 급여 15%인상 등의 당근책도 제시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또 개헌 문제를 검토할 개헌위원회 설립 승인과 함께 모든 정치 개혁 이행을 감독할 독립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 정국 혼란으로 이집트파운드화 환율이 상승하자 이집트 중앙은행은 2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이날 정치사범 34명을 석방했다.

이와 함께 이집트 검찰은 시위 과정에서 경찰 병력을 철수해 혼란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하비브 엘 아들리 전 내무장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전 각료 등에 대한 부패 수사를 서두르고 있고 아흐메드 에즈 이집트 최대 철강회사 사장 등 무바라크의 측근들을 대상으로 출국금지 및 계좌 동결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소 느슨해진 상태는 또 다른 폭풍 전야의 모습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위를 주도한 '4월6일 청년운동' 등은 타흐리르 광장점거를 계속하며 "미국이 지원하는 무바라크는 퇴진하라"고 외치고 있다.

시위는 잦아들었으나 반미 구호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7일 협상에 참여한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우리는 그 조직 리더들의 언사와 상당한 입장차이가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무슬림형제단은 협상참여 재검토를 제기, 일촉즉발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대가 광장 출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한편 체포된 시위대 석방은커녕, 사복 차림의 정보요원들이 체포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 등은 시위를 다시 격동시킬 수 있는 잠재 요인이다.

이 가운데 이집트 경찰이 반 정부 시위대를 잔혹한 방식으로 진압하는 동영상들이 유투브에 속속 공개되면서 잠잠해진 시위 분위기가 다시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영상에는 무기를 소지 하지 않은 시위대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해 쓰러지는 장면, 시위 진압 차량이 시위대 4~5명을 전속력으로 치고 달아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어,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결국 시위대가 고수하고 있는 무바라크 퇴진이 가시화하지 않거나 시위대 억압, 미국의 지나친 개입 등이 지속되면 무바라크의 유화책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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