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미결정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금통위원 1명을 벌써 11개월째나 공석으로 둔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11일 개최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금통위는 지난 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결정이 내려질 지가 최대 관심사.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려면 이번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둔화조짐이 엿보이는 만큼 이달은 건너 뛰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어, 금통위 결과를 예단키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인상과 동결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1명이 공석인 6인 금통위 체제로 열리게 되면서, 자칫 3대3 동수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양측이 동수가 되면 인상도 동결도 아닌 '무결정'상태가 되며 현재의 금리(2.75%)는 다음 달 금통위까지 유지된다"면서 "금통위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결코 있어선 안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록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워낙 인상-동결 예측이 엇갈리는 터라, 최악의 미결정사태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기형적인 6인 금통위 체제에서 3대 3 동수가 나올 위험성은 늘 안고 있었던 상황. 다행히 지금까지 '사고'는 없었지만, 이번 금통위는 사정이 다르다.
역시 캐스팅보트를 쥔 건 6표 중 2표(총재, 부총재)를 행사할 수 있는 한은 집행부다. 나머지 4명의 금통위원이 한 목소리로 집행부와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한 집행부의 뜻에 반하는 결론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4명의 금통위원 성향이 매파(김대식ㆍ최도성)와 비둘기파(강명헌ㆍ임승태)로 양분된 현 구도에서는 집행부의 뜻이 곧 금통위 최종결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짙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동결했던 작년 9월 금통위에서도 2대 2로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집행부가 동결 쪽 손을 들어주면서 4대 2로 금리가 동결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가뜩이나 7인 금통위 체제에서도 집행부의 의결권 영향력이 막강한 편인데 6인 체제에서는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3대 3 동수가 나오는 경우다. 4명 금통위원의 의견이 3대1로 엇갈린다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물론 금통위 회의 전날 열리는 사전회의 성격의 동향보고회의에서 대충의 의견조율이 이뤄지는 만큼, 3대 3 동수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 관측이지만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100% 장담은 어렵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같이 금리 결정이 중요한 시점에 동수를 피하기 위해 금통위원들이 소신을 바꾸게 된다면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며 "기형적이고 위법적인 금통위 1명 공석 사태를 하루 빨리 해소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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