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 달러' 달성이라는 정부의 야심찬 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연초부터 원자재 값은 쉼 없이 오르는데다 환율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1,000원 대를 눈 앞에 둠에 따라 수출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 여기에 중국이 8일 갑자기 기준 금리를 인상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수출 기업들은 이에 따라 환율 변동 사항을 예의 주시하면서 지난해 마련했던 경영 계획을 다시 점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880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올해 적정 환율은 1.151.4원이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이 환율은 이미 지나쳤다. 심지어 기업들이 손익 분기점 환율로 삼은 1,081.8원 선도 머지 않아 뚫은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승준 무역협회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불안전성이 차츰 줄어들고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원화 강세 추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환율 하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그 동안 강세를 보여 온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고 중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가치 상승 영향으로 원화 가치마저 덩달아 상승하면 우리 수출 기업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주요 기업들이 올해 유가로 예상했던 배럴 당 80~90달러 역시 넘어선 지 오래. 10일 현재 두바이 유는 배럴 당 96.83달러. 전문가들은 유가 역시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긴급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철강, 에너지, 조선, 해운 등 국내 생산 비중이 높거나 제품 수출과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종은 비상 경영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은 약 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특히 그 동안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다소 낮췄던 수출 차량에 대한 '제 값 받기'전략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 공장 생산 확대를 통해 환율 리스크에 대비할 계획이다.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하면서 1,2월에만 각각 600억 원씩 적자를 볼 것으로 보이는 SK가스, E1 등 가스업계나 원가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원료유 가격 상승에다 비수기로 운임이 떨어져 수익성 마저 나빠져 울상인 해운업계도 비상 계획 수립에 한창이다.
수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더 크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해 원자재 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올해 환율 문제까지 겹쳐 공장을 돌리면 손해만 늘어 차라리 공장을 세울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제80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 참석,"환율과 원자재 가격상승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면 올 수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기업이 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이 자리에서 올해 수출 금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에서 66조원 규모의 여신을, 무역보험공사는 200조원 가량의 무역보험을 제공하고, 신흥시장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을 지난해 85조원에서 9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또 상반기에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매개로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산업개발협력계획을 세우고, 해외 조달시장에서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유망기업 100곳을 지정, 정부가 나서 마케팅 등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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