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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셰르파 니마가 일깨워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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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셰르파 니마가 일깨워 준 것

입력
2011.01.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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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니마를 소개합니다. 스물다섯 살 꽃미남, 니마 겔친은 네팔인입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를 6번이나 등반한 세르파입니다. 명함에는 '에베레스트(8848m) 6회, 마나슬루(8163m) 1회, 푸모리(7126m) 1회, 아마다블람(6856m) 3회'라고 적혀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이같이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프로 산악 가이드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니마는 히말라야 여러 산을 오르내리며 사귄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지난 달 한국에 여행 왔습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위치한 네팔은 기후변화 위기의 최전선에 선 나라로 꼽힙니다. 고산 마을 주민들과 세르파들에게 산사태는 큰 공포입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얼음산이 녹고 있어 산사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니마는 2009년 4월 에베레스트에서 만난 눈사태, 지난해 10월 바룬체 봉(Baruntse, 7,220m)을 오르다 당한 사고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2009년엔 눈사태 때문에, 작년엔 벼랑 끝에 얼어붙은 눈더미 코니스(cornice)가 떨어져내려 친구들이 목숨을 잃은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요."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도 보여줬습니다. 에베레스트의 어마어마한 눈사태는 사진만 봐도 위협적이었고, 얼음 속에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바위는 지구온난화의 심각함을 실감케 했습니다.

니마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에너지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는 "버스를 타고 지방에 가면서 화려한 밤 풍경을 보고 뜨끈뜨끈한 찜질방에도 가보면서 전기를 풍족하게 쓰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네팔은 수도 카트만두와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제한 송전을 하고 특히 겨울철에는 전력난이 심하다"고 하더군요.

올 겨울 최대전력 사용량 신기록을 거듭 세울 만치 한국도 전력난이 심각합니다. 올해 들어서도 신기록이 4번이나 경신되어 17일 최대전력수요가 7,314만kW를 기록했습니다. 예비전력은 비상수준인 400만kW에 바짝 다가섰고 대규모 정전사태 우려도 나옵니다. 그런데도 과잉 난방과 효율이 낮은 전열기 사용은 여전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낭비하는 에너지, 그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금도 고산지대의 얼음을 녹아 내리게 할 것입니다. 그 결과 선한 눈빛의 제 친구가 산을 오르다 꿈과 생명마저 잃게 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가족들은 위험한 등반을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니마는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고 돈도 벌어야 하기에 당분간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산을 오르내리며 목격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세르파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네팔을 돕고 있습니다. 니마도 엄 대장처럼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니마가 떠나던 날,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휴대폰과 mp3 등을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태양광 발전기를 선물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려면 두 달 내내 산에서 지내야 합니다. 잠시도 휴대폰을 놓지 않는 한국 젊은이들처럼 산사나이 니마도 한국산 휴대폰을 쓰고 mp3로 음악 듣기를 좋아합니다.

태양광 충전기는 산에서 아주 유용할 것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긴급 구호 연락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니마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줬습니다. 니마가 제발 안전하길, 그리고 꿈을 이루길 바랄 뿐입니다.

정희정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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