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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LG전자의 구원투수 "회사 정상화의 결정구는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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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LG전자의 구원투수 "회사 정상화의 결정구는 품질"

입력
2011.01.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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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야구는 '투수 놀음'이란 말이 있다. 9명이 뛰는 여러 야구 포지션 중에서도 투수의 비중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수 중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등장하는 구원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면서도 뒷문을 책임져야 하는 구원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에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구본준(사진) LG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에 부임한 이후 가진 첫 공식 기자간담회장의 초반 분위기는 무거웠다. 지난해 3분기 1,85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LG전자에서 구원투수로 전격 기용된 구 부회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실적 부진 이유와 현재 상황 등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더 무거워졌고 냉랭하게 흘렀다. 구원 투수답게 하지만 어색했던 분위기를 바꾼 주인공은 바로 구 부회장이었다.

"제가 LG트윈스 야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는데 왜 맨날 6등 밖에 못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직접 야구를 할 수도 없고…." LG전자의 현주소를 수 년간 중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LG트윈스 야구단에 비유하며, 딱딱했던 간담회장을 일순간에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2008년부터 LG트윈스 구단을 책임지고 있는 구 부회장은 매년 겨울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까지 직접 챙길 만큼, 야구 마니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 부회장은 또 "회사 정상화를 위한 왕도는 없다"며 "구원투수처럼 위기 상황에서 결정구가 있다면 '품질'을 꼽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장 분위기를 일순간에 돌려 놓으면서 회사 위기 관리 운영 방침까지 제시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외부 인력 수혈 보다는 내부 직원을 키워 나가겠다는 인재 육성 가이드라인도 야구단의 사례를 들며 소개했다. 그는 "LG트윈스 2군 선수들에게 더 이상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없다고 밝히니까, 2군 선수들의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를 잘 아는 사람은 회사 내부에 있고, 앞으로 2~3년 동안은 외국인 영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순혈주의 경영 방침도 공개했다.

한 명의 구원투수 교체만으로 승리를 100% 낙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뒤집는 물꼬 트기 까진 가능해 보인다. LG전자가 역전 만루홈런을 칠 수 있도록 구 부회장이 어떤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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