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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뛰는 유가를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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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뛰는 유가를 잡으려면

입력
2011.01.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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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고유가라는 경제적 어려움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이 어려움이 오래 지속되리란 전문가들의 예측에 더욱 우울하다. 고유가의 폐해는 서민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외환보유고마저 위협한다. 2008년 고유가 시절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가격 절반 이상이 유류세

그런데 고유가에 대응하는 정부나 소비자, 기업 등의 자세는 서로 상충된다. 유가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발벗고 나섰다. 반면 일부 석유업계 관계자는 이런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 불만을 표시하며 그러려면 차라리 국유화하라고 핀잔할 정도다.

최종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은 유가상승의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큰 지를 잘 모르는 듯하다. 소비자가 휘발유 값을 지불하면 정유업계, 주유소, 국가 그리고 석유생산국이 나눠 갖는다. 지난해의 경과를 분석해 보면 1년 동안 정유업계와 주유소는 고유가 이전보다 ℓ 당 29원 정도를 더 많이 챙겨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정부가 취하는 유류세는 종량세로서 유가변동과 무관하게 ℓ 당 750원이고, 이는 통상 가격의 55% 수준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재의 휘발유 값에서 29원 전부를 되돌려 받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고서는 소비자 부담을 경감할 다른 방안이 없는 셈이다. 2008년 고유가 시절에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한 선례도 있다. 유류세를 낮추면 서민을 포함한 소비자도 좋고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되어 정치적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유류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이나 교육 등의 분야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해질까 봐서다. 또 환경단체도 가격인하로 수요가 늘어나면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빚을 것이라고 반대한다. 유류세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조세 당국은 판에 박힌 입장만 발표한다.

현재의 이런 논쟁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 다름 아닌 전기에너지 문제다. 여름철 냉방수요가 불렀던 전력사용량 최고치가 최근에는 겨울철에 나타나 전력공급 비상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공장이나 소비자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석유(등유 등)보다 요금이 싼 전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석유파동 이후 정부는 70%에 달했던 석유 사용 화력발전소를 모두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소로 바꾸었고, 국민정서와 물가에 미칠 파급영향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최대한 묶어두었다. 그 결과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는 전기 사용이 상대적으로 값싸게 느껴져 자꾸만 사용량을 늘린다. 그러나 전기는 비싼 에너지다. 전기 사용량 증가는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에너지 수입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 비용도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지불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유류세와 전기요금 관련 정책의 부조화가 빚어낸 정책 실패의 전형적 사례다. 더욱이 낮은 전기요금으로 한전의 적자가 지속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나 지능형 전력망 사업 등의 녹색성장 정책에 필요한 재원이 크게 부족해 그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요금과의 통합처방 필요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나마 유류세와 전기요금의 동시 조정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솔직히 물가안정과 서민보호, 세수확보와 에너지수입 감축 등의 상반된 정책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현재의 높은 유류세와 낮은 전기요금에서 비롯된 에너지 사용방식의 왜곡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정부의 세수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류세를 낮추는 대신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통합처방을 검토할 때가 됐다. 그것이 근본적 해법일 수는 없더라도 국가적으로 바람직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상호 양보와 수용을 이끌어낼 만한 방안이다.

김창섭 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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