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로비' 파문] 유씨 활동 근거지 부산 함바집 현장 르포처남 명의 K사 3년 만에 7억여원 순이익 급성장함바집 수사 시작 직전 문 닫아 위장폐업 의혹부산경찰청, 유씨 활동시점 근무 고위간부들 조사
"부산에서 건설사 간부 중에 '유 영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건설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부산지역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가 함바집 비리 사건의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를 두고 한 말이다.
부산을 사업 근거지로 했던 유씨가 10년 넘게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공사현장에서 함바집 운영권을 따기 위해 친인척을 앞세워 2차 브로커 회사를 운영하고 각종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씨의 처남인 김모(58)씨 명의로 돼 있는 센텀시티 인근 K사. 2005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단체급식 및 음식서비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어 유씨의 회사인 원진씨엔씨의 업종과 동일하다. 이 회사는 센텀시티 내에서 함바집을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결과 K사가 2009년 초 한 건설사를 상대로 낸 청구서에는 식권 발행 사실과 함께 끼니당 식사값이 3,500원, 라면은 2,500원 등으로 적혀 있다. 함바집 식대 그대로다.
신용평가기관이 작성한 K사 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년 순이익을 냈다. 설립 2년 후인 2007년 8,000만원이던 순이익은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6억7,000만원, 7억1,300만원으로 폭증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9월 느닷없이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했다. 브로커 유씨에 대한 건설업자들의 고소가 잇따르고 검찰이 함바집 운영권 비리 수사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다. 위장폐업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9일 센텀시티 인근 한 주상복합건물 8층에 위치한 K사 사무실은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지만 건물 출입구 우편함에는 'K사' 앞으로 배달된 편지가 쌓여 있었다. 이 빌딩 관계자는 "사무실을 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이 지역 함바집 운영권 비리 관련 조사는 물론 사실은폐 목적의 위장폐업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가 경남 통영시의 문화단체 두 곳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대표 명함을 내밀었던 원진씨엔씨나 K사 모두 표면상으로는 유씨의 존재가 드러나 있지 않다. 두 회사 모두 유씨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유00'이 대표 혹은 임원 이름으로 기록돼 있을 뿐 유씨의 이름은 없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배후를 들여다 보면 유씨의 그림자가 비친다. 지난해 함바집 운영업체로 추정되는 D사는 대여금 반환소송에서 K사와 원진씨엔씨를 함께 고소했다. 유씨가 돈을 빌리는 데 두 회사를 담보 내지 보증인으로 세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씨는 고위층 로비에도 친인척을 앞세운 정황도 드러난다. 유씨와 금전거래가 있어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장관의 친척은 "유씨가 처남을 보내 현금보관증을 써주겠다고 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 처남이 김씨를 말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함바집 비리 수사의 여파가 부산 지역에도 미칠 조짐을 보이자 부산시와 부산지방경찰청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부산경찰청은 유씨가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점에 근무했던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문어발식 로비 행태를 감안하면 부산시도 바람을 피해 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면서도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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