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황량한 포항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철강 한국’의 깃발이 올라간 지 42년 만에 우리나라가 해외에 처음으로 일관제철소(고로에서 쇳물을 생산, 압연해 완제품까지 만드는 제철소)를 건설하게 됐다. 포스코는 2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자바섬 북서안의 반탄주 칠레곤에서 (주)크라카타우 포스코(PT. Krakatau Posco) 일관제철소 착공식을 진행했다.
포스코는 베트남 냉연공장, 중국 스테인리스 공장, 자동차강판을 만드는 멕시코CGL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공장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것은 처음이다. (주)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가 70%,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이 30%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합작법인이다. 이 법인은 27억 달러를 투입해 2013년 1단계 공사를 완료하게 되며 생산 규모는 연산 300만톤이다.
포스코는 물류비용 등의 이유로 장거리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철강산업의 특성과 한창 개발 붐이 일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철강 수요 등을 감안해 이 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가 제철 원료로 쓰이는 철광석 22억톤, 석탄 934억톤 이상의 잠재 매장량을 보유해 원료 조달이 쉽다는 점도 주목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크라카타우스틸과 인도네시아 내 철강원료도 공동 개발할 계획이어서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이번 합작사업은 인프라와 생산설비 등을 모두 건설하는 그린필드(Green Field) 방식이 아니라 현지 합작사가 보유하고 있는 도로, 철도, 항만 등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브라운필드(Brown Field)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져 투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고 포스코는 전했다. 포스코는 1단계 공사 이후 연산 300만톤이 가능한 설비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어서 이 제철소는 장기적으로 매년 600만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인 이 제철소 착공의 의미에 주목, 이날 착공식에 국회의장과 국영기업부 장관, 내무부 장관 등 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착공식에서 “이번 착공식이 두 회사의 발전과 성장은 물론, 양국 간 우호증진에도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서 기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반탄주와 포스코건설이 도시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보고르농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과제 개발을 공동 진행하기로 하는 등 포스코 계열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줄을 이을 것”이라며 “포스코가 장기적으로 철강 뿐 아니라 비금속 소재까지 생산하는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곤=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