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2010 프로야구 가을잔치의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승자가 최종전에서 가려진다. 지난달 29, 30일 열렸던 잠실 1, 2차전을 모두 내줬던 두산이 2, 3일 부산 원정 3, 4차전을 쓸어 담으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었다. 롯데는 99년 10월22일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무려 11년간 부산 홈에서 한번도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8연패에 빠졌다.
두산은 3일 4차전에서 3-2로 앞선 9회 4번 대타 정수빈의 우월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11-4 대승을 거뒀다. 지난해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데뷔한 정수빈은 포스트시즌 12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다. 정수빈은 1사 2ㆍ3루 볼카운트 0-3에서 임경완의 가운데 싱커(시속 134㎞)를 당겨 오른쪽 관중석에 꽂았다. 두산은 9회에만 타자 일순(12명)하며 대거 8점을 뽑았다.
2연패 뒤 3연승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한 번도 없었고, 역대 26차례 플레이오프에서는 96년 현대(상대팀 쌍방울)와 지난해 SK(상대팀 두산)가 유이(唯二)했다. 두 팀은 4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5일 오후 6시 두산의 안방인 잠실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른다. 양팀 선발은 두산 김선우와 롯데 송승준이 예상된다.
주연보다 빛난 조연들
4차전 두산 승리의 원동력은 조연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2번 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공수에서 ‘200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공격에서 오재원은 1안타와 2개의 몸에 맞는 볼로 1타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는 2루와 1루를 오가며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1-0으로 앞선 4회 말 2사 1ㆍ2루에서는 조성환의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갈 듯한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글러브로 공을 토스하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였다.
주전포수 양의지의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3회부터 마스크를 쓴 용덕한도 이날만큼은 박경완(SK) 부럽지 않았다. 용덕한은 6회 결승타 포함, 3안타 1타점의 맹타에 2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4차전 MVP 영광까지 안았다.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원석도 친정팀 사냥에 앞장섰다. 이원석은 2회 선제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5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한 뒤 득점도 올렸다. 성적은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
17개의 잔루 그리고 뼈아픈 두 차례 주루사
롯데는 15안타와 8개의 4사구를 얻었지만 홈까지 살아 들어온 주자는 4명뿐이었다. 잔루가 무려 17개나 된 것이다. 잔루 17개는 역대 포스트시즌 한 팀 최다잔루 신기록. 1회 무사 만루에서 4번 이대호의 삼진, 5번 홍성흔의 병살타로 무득점에 그친 것이 가장 뼈아팠다. 벼랑 끝으로 몰린 두산 선발 임태훈에게 회생기회를 줬고, 결과적으로 두산의 ‘벌떼 불펜’에 말려들게 됐다.
롯데 주장 조성환은 3차전에서 2-0으로 앞선 1회 무사 2루에서 견제구에 걸려 횡사한 데 이어 4차전에서도 결정적인 주루 실수를 두 차례나 저질렀다. 또 0-2로 뒤진 5회 무사 1ㆍ2루에서 6번 가르시아의 중전안타 때 2루 주자 이대호도 홈까지 파고들다 아웃됐다. 2-3으로 뒤진 7회에도 1사 1ㆍ2루에서 1루 주자 전준우가 포수 용덕한의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다음타자 강민호와 황재균이 잇달아 4사구를 골랐기에 전준우의 주루사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부산=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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