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의 압박에 결국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선회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지 17일 만이다.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 사건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다"며 원칙고수를 주장했으나 예상치 못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일단 후퇴로 일단락지으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구속기간이 만료(29일)되지 않았음에도 중국 잔치슝(詹其雄) 선장을 석방키로 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이상 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경제 보복조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정치, 외교적 압력을 넘어 일본에 대한 직접적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은 23일 희토류 수출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군사지역 촬영을 이유로 일본 민간인 4명을 구속했다. 앞서 자국민의 일본 여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특히 희토류 수출 잠정 중단 조치는 일본이 강공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인식을 바꾸게 된 결정적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공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각종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으로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7%를 점하고 있으며, 일본은 거의 전량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측은 중국의 수출 중단 태세가 일본 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고, 급기야 일본 안팎에서 구속된 중국 선장 석방만이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침체됐던 일본 경기가 대 중국 수출 호조와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힘입어 회복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 선장을 계속 구속하는 것이 일본으로선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내 후폭풍이 만만찮다. 일본 보수 야당은 일제히 "굴복 외교"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대단히 어리석은 판단"이라며 "명백한 영해 침략 행위를 놓고 중국의 압력에 정치가 굴복했다"며 민주당 정권을 맹비난했다. 제2야당 다함께당의 와다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도 "명백한 외교적 패배다. 간 나오토 정권의 약체 외교를 규탄한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선장 석방은 중국 압력에 의한 정치적 판단이 아닌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옹색한 해명을 해야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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