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희한한 통신 요금제를 내놓았다. 유선통신을 무료 제공하지만 '무료'라고 말할 수 없는,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 요금제'이다.
SK텔레콤은 16일 자사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가족 숫자에 따라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을 사실상 무료 제공하는 'TB끼리 온가족 무료'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족 중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이용자가 2명이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집전화를, 3명이면 초고속인터넷, 4명이면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를 무료라고 말할 수 없다. 요금구조가 이동통신 요금과 유선통신 요금을 각각 조금씩 깎아서 총합이 유선통신 이용료와 같은 액수의 할인을 해준다. 예를 들어 월 이용료가 8,000원인 집전화의 경우 이동통신 기본료에서 6,400원, 집전화 기본료에서 1,600원을 깎아서 총 8,000원을 할인, 사실상 집전화를 무료 제공하는 식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유선 통신을 무료 제공받는 셈이지만, 이용자약관에는 무료라고 명기할 수 없다.
이처럼 희한한 요금제는 통신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다. SK텔레콤은 유선 통신을 무료 제공하면 공정경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쟁업체들의 문제 제기로 이 같은 변칙 요금제를 만들게 됐다. 이를 허가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요금 구조상 유선통신이 무료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료로 제공받는 것과 똑같다"며 "다만 이용자약관에 무료라고 표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단, SK텔레콤의 기존 가입자들은 중복 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다. 기존 가입자들은 휴대폰 약정기간에 따른 할인이나 유ㆍ무선 결합상품 할인을 이용하므로 'TB끼리 온가족 무료' 요금제를 이용할 수 없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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