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대로 할 생각이나 능력 없이 공정사회를 얘기했다가는 부메랑을 크게 맞을 수 있다." "국민들은 과연 이 정부의 공정이란 말을 믿어도 되느냐고 한다."
14일 국회에서 '공정사회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여당 의원 11명이 공동주최했고 토론자로도 여당 의원들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마치 야당 집회에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 주최자이기도 한 정두언 최고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공정사회 화두가 야당을 공격하고 여당을 통제할 수 있고,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어 레임덕 방지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양날의 칼이어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개혁을 하려면 자기개혁, 솔선수범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정한 기회는 교육이 제일 중요한데 부의 대물림으로 간다는 비판이 있고, 공정한 절차는 법치와 신상필벌인데 법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 권리를 제약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며 "정치인 사찰을 했는데 실무자만 구속시키고 책임질 사람은 없는 공정하지 않은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혜훈 의원은 "공정사회의 기본은 법치인데 법치는 안 하면서 공정사회로 가겠다고 수백 번을 이야기한들 어느 국민이 믿겠냐"며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탈세 등 후보자들의 범법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면죄부 받았다고 치부하며 넘어가면 공정사회로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의원직 사퇴서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난 정권에선 3권분립에 위반된다며 같은 사안을 한나라당이 강하게 비판했었다. 한나라당이 공정사회를 이야기하려면 이런 것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김성식 의원도 "국민들은 그간 정치 경제 인권 등의 영역에서 현 정부가 공정했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이 화두를 들고 나오니 과연 이 말을 믿어도 되느냐는 불신을 갖고 있다"며 "당정청 모두가 반성하는 데서 공정사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찰 피해자로 거론돼온 정태근 의원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실세라는 사람들이 권한에 맞지 않는 인사권한을 행사하고, 사찰 배후가 있다고 하면 배후를 찾아야 하는데 유령이 돼 버린다"며 "공정사회로 가려면 실세가 없는 정부, 유령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공정사회는 절제된 권력체를 가져야 한다. 이 점에서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문제"라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책임총리제'와 같이 현 제도하에서 적절한 분권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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