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은 1세트였고, 얻은 것은 챔피언이었다.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23ㆍ3위ㆍ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1(6-4 5-7 6-4 6-2)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나달은 이로써 4대 그랜드 슬램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중 미답의 고지로 남아있던 US오픈마저 정복함으로써 7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통산 4대 그랜드슬램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타이틀도 함께 얻는 겹경사를 누렸다. 올해 24세인 나달은 또 테니스가 프로와 아마에게 모두 문호를 개방한 1968년이래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에 이름을 올렸다.
나달이 비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실세트로 결승에 순항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결승전에 앞서 조코비치에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왜냐하면 조코비치가 페더러와 준결승에서 3시간여 사투 끝에 풀세트 접전을 펼쳐, 피로가 많이 쌓였지만 결승전 당일 폭우가 내려 경기가 하루 순연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번 조코비치는 또 최근 나달과 펼친 US오픈과 같은 하드코트 3경기에서 모두 승수를 챙겼다는 심리적인 면에서도 우위에 있었다. 여기에 나달이 US오픈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점도 고려됐다. 나달은 2003년부터 다섯 차례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2008년, 2009년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결승경기가 시작되자 나달의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는 코트의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1세트를 6-4로 가볍게 따낸 나달은 2세트 5-5에서 자신의 서버게임을 빼앗기며 결국 5-7로 내줬으나 3세트 시작과 함께 조코비치의 서버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특히 4세트는 나달의 일방적인 플레이가 코트를 지배했다. 간간히 조코비치의 ‘송곳 샷’이 나달을 괴롭히긴 했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브가 약하다는 평을 듣는 나달은 이날 좀처럼 보기 드물게 에이스 수(8-5)에서도 앞서는 등 시종 경기를 압도했다. 브레이크포인트 기회도 26차례나 따낼 정도로 조코비치를 거칠게 몰아 부쳤다. 정교한 플레이어답게 에러는 16개(31-47)나 적었다.
조코비치의 마지막 샷이 라인 밖으로 벗어나, 챔피언을 확정 짓는 순간 코트에 드러누우며 기쁨을 만끽한 나달은 “테니스 인생 최대의 중요한 경기였다”며 US오픈 타이틀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패자 조코비치도 “나달이 도대체 (경기를 뒤집을)틈을 주지 않았다”며 승리를 축하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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