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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젊은 총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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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젊은 총리' 실험

입력
2010.08.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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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48세의 김태호씨를 총리에 지명함으로써 정계의 세대 교체론이 힘을 받고 있다. 김태호씨가 총리에 지명되자 총리로서보다 차세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여야의 40~50대 정치인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40대 총리의 등장이 파격적이긴 하지만,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다. 이범석(1948년 47세) 백두진(1953년 44세) 정일권(1964년 46세) 김종필(1971년 45세)씨 등 이미 4명의 40대 총리가 있었다. 그들에 비해 김태호씨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고, 중앙에서의 정치경험이나 행정경험이 전혀 없다. 야당이 그를 '인턴 총리'라고 혹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자수성가 스토리는 이제 그만

영남지역을 벗어나면 그는 낯선 인물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가 총리로 지명되고 나서야 그에 관한 몇 줄의 정보를 얻었다. 경남 거창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거창농고와 서울대농대를 졸업하고,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 보좌관을 거쳐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2선)를 지냈다는 것이 그의 이력이다.

이명박 대통령 등 일부 여권 인사들은 차세대 주자로 그를 눈 여겨 보고 있었으며, 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중앙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지방에서 승승장구한 후 48세에 일약 총리로 지명되어 화려하게 부상했다. 그는 총리로 지명된 후 첫 기자회견에서 "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돈도 권력도 배경도 없었던 내가 오로지 용기와 도전으로 바닥부터 도의원, 군수, 최연소 도지사를 지냈다.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며, 하면 된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20~30대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라든가 "개천에서 용 났다"는 등의 감동 스토리는 한 번 말하는 것으로 족하다. 진정한 성공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성공한 총리'가 되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젊은 총리' 실험이나 김태호씨 자신의 차세대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 성공한 총리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수립 이래 40명의 총리가 있었는데 성공한 총리로 기억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정부수립 후 62년 동안 총리가 40명이나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총리들이 1년 반 남짓 대통령을 보좌하다가 국면 전환용 개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24일부터 국회 청문회를 치러야 하는데, 그것이 국민 앞에 첫 선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신의 자수성가 스토리로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싶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생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며 차세대 리더가 되려고 하는지 밝혀야 한다. 지금 국민이 목말라 하는 것은 젊은 정치지도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비전을 가진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비전

나이에 따라 생각이나 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각과 총리가 젊어졌다면 이념, 연령, 소득의 양극화에 대한 접근, 소통과 화합의 문제에서도 새로운 길을 기대할 만하다.

토니 블레어는 44세에 최연소 영국 총리가 되어 10년 동안 집권하며 "영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오바마는 47세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젊고 활기찬 지도자를 갖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능력이다.

여야의 차세대 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영삼 김대중씨는 이미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선배들을 제쳤다. 오늘의 젊은 기수들이 선배들이 갖지 못한 어떤 장점을 가지고 도전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 '젊은 총리' 실험은 흥미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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