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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25> 남고여저 결혼문화의 막대한 손실 '골드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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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25> 남고여저 결혼문화의 막대한 손실 '골드미스'

입력
2010.07.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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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 국제결혼 남성수과 맞먹는다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여성과 통화했습니다. 한국의 일류대학을 거쳐 현지 명문대 교수로 있는 최고의 엘리트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으로 맞선을 보러 오겠다면서 남성을 소개해달라고 하더군요.

연봉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받는 대학교수라면 결혼상대가 줄을 설 것 같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녀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이거든요. 그녀가 바라는 '스펙'의 남성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기 때문에 만날만한 상대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집이든, 직장이든 이렇게 똑똑하고 능력 있는 노처녀, 소위 '골드미스'들이 한두 명은 있습니다. 골드미스를 굳이 정의하자면, 대졸 이상의 학력, 고소득 전문직이나 중견·대기업 종사자, 연봉 4,000만원 이상, 아파트 혹은 현금자산 8,000만원 이상을 갖춘 30대 싱글 여성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고, 프로필이 좋은 남성들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그런 요건을 갖춘 싱글남들이 흔치 않다는 현실이지요.

제가 보기에 골드미스는 전통적인 남고여저의 결혼문화가 낳은 또 하나의 큰 손실입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 학벌, 직업, 경제력 등 전반적인 조건이 더 나아야 한다는 한국적인 배우자 선택방식으로 인해 두 부류가 결혼의 사각지대로 밀려났습니다.

하나는 저프로필 남성들, 또 하나가 바로 골드미스들입니다. 저프로필 남성들에게는 그나마 국제결혼이라는 통로가 있지만, 골드미스는 그런 해결책조차도 없습니다. 이들은 만남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이만 들어 갑니다. 국제결혼인구 만큼의 골드미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똑똑하고 잘난 것이 결혼의 장애가 되는 사회

그런데도 사회가 이들의 결혼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저 '여자가 너무 잘나서 그렇다', '눈을 낮추면 된다'며 개인의 취향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당사자들 역시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수만 쌍을 중매해온 저조차도 방법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지난 시절 산업화를 통해 사회 전반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인식과 관습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여과되고,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하나가 결혼문화이며, 그 중 남고여저의 배우자 선택방식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유교적 관습이 현실과 상충되는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능력 있고, 똑똑한 여성들이 뒤늦게 결혼이 어려운 현실을 깨닫고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가정에서 펼친다면 사회가 훨씬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을텐데…. 어마어마한 인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지요. 골드미스의 존재는 일찍이 아무도 경험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전문가도 없으며, 문제의식도 갖지 않다 보니 이대로 간다면 결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불행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봅니다.

30대 중반의 전문직 여성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는 K씨. 하지만 그녀가 일궈낸 사회적 성공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결혼에 더 신경을 쓰게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스스로는 그저 결혼 못한 노처녀일 뿐이라는 자괴감에 좌절까지 경험했다고 합니다.

수백 년 동안 사회의 가치기준을 지배해온 유교적 관습을 한 순간에 버릴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면서 균형감각을 갖춘 좀 더 유연한 시각으로 결혼문화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남녀본색

우리 사회에서 남고여저의 결혼문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연령 측면에서 확인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최근 3년간 배우자지수가 85이상인 37~42세 여성들이 만난 3만6,828케이스와 배우자지수 85이상의 40~45세 남성들이 만난 6만1,567케이스를 통해 남녀만남의 연령차이를 분석했다.

참고로 37~42세의 여성은 골드미스에 해당하고, 40~45세의 남성들은 이들과 연령적으로 어울린다.

그 결과 여성들은 3세 차이의 이성을 만나고, 남성들은 6세 차이의 이성을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7~42세 골드미스의 만남상대로 어울리는 40~45세 남성들은 실제로 여섯살 어린 여성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골드미스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 용어설명

배우자지수(OSI Objective Spousal Index): 선우 회원 가입 시 입력한 프로필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경제, 신체매력, 가족환경 등을 분석해 수치로 산출한 일종의 배우자 평가지수. 100점 만점이며, 85점 이상인 회원은 선우 총 회원 중 상위 20%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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