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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농단(壟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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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농단(壟斷)

입력
2010.07.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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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어머니는 어린 맹자가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흉내를 내며 놀자 서당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맹자는 그 장터 경험 덕분이었는지 시장과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맹자 등문공(藤文公)편의 진상(陳相)과의 문답은 그가 분업과 교환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상은 춘추전국시대 8대 제자백가에 드는 농가(農家) 허자(許子)의 제자인데, 맹자는 허자의 자급자족 위주 중농주의 주장을 날카롭게 반박한다. 공손추(公孫丑) 상편에서는 물품세와 점포세를 받지 않으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몰려들어 나라가 부유해진다고 했다.

■ 맹자는 교역과 장사를 보장하고 과중한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백성들을 잘 살게 하는 길임을 군왕들에게 설파했다. 제 나라 선왕(宣王)이 자신의 인의정치는 받아들이지 않고 녹봉을 올려 주겠다며 붙잡자 거절하면서 소개한 예화도 공정한 시장의 보장에 관한 것이다. 한 약삭빠른 사람이 시장의 작은 언덕(壟斷ㆍ농단)에 올라가 좌우를 살피며 싸게 사 모아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독차지했다가 관아에 고발 당하고 세금을 부과 받았다는 얘기였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익과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농단의 뜻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 여권 내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을 둘러싼 논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농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독점한 세력과 소외된 세력 간의 추악한 권력투쟁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갈등의 한 축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왕의 남자'로 불리며 이명박 캠프의 2인자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정 의원이 영포라인(영일ㆍ포항 인맥) 및 대선 당시의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의 핵심인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에 의해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자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고리로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는 게 권력투쟁설이다.

■ 그러나 정 의원은 "내게 무슨 권력이 있다고 권력투쟁의 당사자로 모느냐"며 눈물 바람을 했다.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불법 행태요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는 것이다. 이를 상투적 권력투쟁으로 몰아가면 본질을 흐리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의원 주장대로 영포라인과 선진국민연대의 비선조직이 'KB지주건 곱하기 100건'의 인사개입 및 월권행위를 했다면 맹자가 말한 뜻 그대로 농단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나중에 비망록을 쓸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바로 지금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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