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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끼'서 70代 이장 역 맡은 40代 정재영 "내게 맞지 않는 옷, 내 식대로 맞춰 입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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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끼'서 70代 이장 역 맡은 40代 정재영 "내게 맞지 않는 옷, 내 식대로 맞춰 입었죠"

입력
2010.07.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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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가 확정되기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 투표가 이뤄졌다. 작가가 아예 박해일을 모델로 삼아 그렸다는 주인공 유해국은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수수께끼로 가득 찬 마을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카리스마 넘치는 70대 이장 천용덕 역할은 변희봉과 최주봉 등이 제격이란 설전이 오갔다. 이제 막 마흔이 된 정재영은 당연히 후보군에도 끼지 못했다.

잘해봐야 본전임을 잘 알았다

인터넷도 안티로 들끓었다

"내가 어울리긴 하냐"고 반문했다

딱 맞는 사람이면 재미가 없다

강 감독의 설득에 흔들렸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밑그림 삼은 영화 '이끼'의 주인공 중 하나인 천용덕은 정재영에게 돌아갔다. 인터넷은 '안티'들의 댓글로 들끓었다. 부담은 예측하고도 남는다. 5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도 언급된 선배들이 더 그 역할에 맞는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도전 정신도 강하지 않은데 무모하게 시작한 영화"라며 말문을 열었다.

"분장도 쉽지 않고 잘해봐야 본전인 역할"임을 그도 잘 알았다. 캐스팅 제안을 받기 전부터 원작 만화를 봤기에 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강우석 감독이 정재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을 조감독에게 듣고선 "내가 어울리긴 하냐"고 반문했다. 조감독도 "나도 이상해"라고 답했다. 그래도 그는 출연 결정을 했다. "딱 들어맞는 사람을 캐스팅하면 연출하는 재미가 없다. 정재영식의 이장을 만들어보라"는 강 감독의 설득에 마음이 흔들렸다. "강 감독이니까 나한테 맡긴 것이다. 다른 감독 같으면 안전하게 캐스팅했을 것이고 나도 믿음이 없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기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노인 분장만 3시간이 걸렸다. "얼굴 근육으로 표정을 보이기도 어려웠지만" 천용덕은 단순한 노인이 아니라 더 애로가 많았다.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있고 주름은 많지만 마을 남자들을 제압할 정도의 활력도 넘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장은 잘 될까, 경상도 사투리는 잘할 수 있을까 등 걱정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도 막연히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촬영 기간 내내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되돌아보면 내 능력을 넘어선 과부하적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만화 '이끼'의 골수 팬들이 그리 많은지 몰랐다. 그래서 부담도 컸으나 오히려 내 식대로 연기하면 되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영화 개봉을 앞두니 부담감이 다시 생긴다.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회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면서도 선악 구분이 모호한 인물 천용덕을 스크린에 돋을새김한다. 한쪽 눈을 살짝 치켜 떠 만든 짝눈으로 "주둥이를 찢어 불라"라는 대사를 천연덕스레 내뱉거나, "꼭 알아야겠나"라고 나지막이 묻는 모습은 단박에 관객들 눈길을 낚아챈다.

"천용덕은 결과적으로 악인이지만 그 누굴 잡아죽이려는 인물이 아니다. 살인을 않고도 권력을 자연스레 가질 수 있는 똑똑한 인물이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사람의 마음을 뺏고 싶어하는 그런 인물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그의 차기작은 '글러브'다. 청각장애 학생 야구부를 지도하는 한물간 야구선수 역할이다. 강 감독과 또 짝을 맞춘다. "강우석 감독과만 영화 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있을 텐데 그는 "나도 그렇고 일반 관객들도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구랑 했느냐 보다 얼마나 연기를 잘했고 좋은 작품에 출연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도 도회지 이미지가 약한 정재영은 "주연을 맡으며 표준어보다 사투리를 더 많이 했다. 말쑥한 역에 대한 욕심은 없어도 앞으로 제대로 된 형사 역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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