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노숙자를 역사 밖으로 내몬 비정한 철도역사 직원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허상구)는 1일 철도공사 과장 박모(44)씨와 서울역무실 공익근무요원 김모(27)씨를 유기(遺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지난 1월15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역 2층 대합실에 만취해 쓰러져 있던 노숙자 장모(44)씨를 발견, 함께 순찰을 하던 공익근무요원 최모씨를 시켜 장씨를 역사 밖으로 내보냈다. 술에 취해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던 장씨는 간신히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앞까지 갔으나 그곳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50분쯤 지난 오전 8시20분 공익근무요원 김씨는 "노숙자가 쓰러져 있다"는 동료의 무전연락을 받고 곧 그를 발견했다. 이날 서울 날씨는 영하 6.5도, 체감 온도 영하 9.7도의 혹한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장씨를 노숙자 구호시설 등으로 옮기지 않고 휠체어에 태운 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다니다가 옛 서울역사 구름다리 아래에 장씨를 버렸다. 외부에 방치된 장씨는 결국 갈비뼈 골절 등 부상이 악화해 숨을 거뒀다.
검찰은 박씨와 김씨가 구호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장씨가 추위가 아닌 부상 때문에 숨졌고, 박씨 등이 장씨 부상 사실을 몰랐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유기치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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