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삼성, SK, LG의 신사업 분야가 대부분 중복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 집단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이 향상될 수도 있지만 미래 신성장동력이 시작도 하기 전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먼저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 놓은 것은 LG. 구본무 LG 회장은 4월 사장단협의회를 열고, 2020년까지 '그린(Green) 경영'을 위해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린 사업장 조성, 그린 신제품 확대, 그린 신사업 강화 등 3대 중점 추진 전략을 추진하며 구체적으로는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자동차용 전지, 전력저장 장치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달 후인 5월 삼성이 신수종사업에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 놨다. 당시 5대 신수종 사업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이 선정됐다.
또 1일 SK가 2020년까지 신에너지(Energy) 자원 확보, 스마트 환경(Environment) 구축, 산업혁신기술 개발(Enabler) 등 3대 핵심 신규사업 분야(3E)에 1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태양광, 바이오 연료, 2차전지, 스마트 시티, 스마트 그리드, 수(水) 처리 사업, 친환경 소재 개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모바일 원격 진료 및 헬스케어, 신약개발 바이오 사업 등이 구체적인 사업이다.
결국 지난 3달간 삼성, SK, LG가 2020년까지 주로 저탄소ㆍ녹색 성장과 관련된 신사업에 각각 20조원 안팎의 투자를 하겠다는 발표를 잇따라 내 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LED, 2차 전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은 세 그룹의 공통된 미래 신사업이 돼 버렸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현재의 기술과 시대 흐름 등을 감안하면 미래 신사업이 몇가지로 집약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복을 피하긴 힘들다"며 "과연 누가 기존의 핵심 역량을 미래 신사업과 더 효과적으로 연결시켜 시너지를 발휘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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