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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수렁에 빠진 전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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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수렁에 빠진 전쟁들

입력
2010.07.0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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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총지휘하던 미군 스탠리 매크리스털 대장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경질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전쟁중인 사령관의 교체'에 이르게 된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최고사령관으로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문민통제'유지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매크리스털 장군이 "아프간 문제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에 실망했다"고 말한 사실 등이 문민통제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우리의 엄혹했던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는 스스로를 '문민정부'로 규정, 이전 정부와의 사이에 확실한 선을 그으려 했고 우리 국민들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문민통제의 원칙을 내세운 데 대해 내막이야 어찌됐든 의당 옳은 일을 했을 거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심리는 아마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거창하게 문민통제까지 운위된 마당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프간 전황의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전화위복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전망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파동을 계기로 10월이 되면 만 9년을 채우는 아프간 전쟁의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한층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전은 필요하며 미국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아프간 미군은 2011년 7월부터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며 철군 일정도 제시했다.

매크리스털 경질 과정에서 확인된 딜레마는 이 두 가지, 즉 '승리'와 '조기 철군'이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이미 굳어졌다는데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7월을 철군개시 시점으로 잡은 것은 군사적 승리를 전제로 한 정치적 약속이었다. 이는 전황이 거꾸로 갈 경우, '정치'와 '군사'사이에 극도의 긴장상태가 조성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미 백악관과 군부간 갈등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 한 고비에서 매크리스털 장군의 경질이 이뤄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매크리스털의 상관이면서 이번에 아프간 사령관을 겸임하게 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에 대해 미 군부 내에서 "워싱턴 정치에 민감하고 최고 자리에 오르려는 야심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 군부의 분열 가능성과 군에 파고든 정치의 영향력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정치, 군사적 측면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딜레마는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확인된다. 철군을 앞당기는 전과 확보를 위해서는 맹렬하고 '무자비한' 공세가 필요하지만 민간인 희생자를 줄이려면 보다 신중하고 소극적인 전략전술이 우선이다. 경질된 매크리스털 장군은 후자를 택했었다.

아프간전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어서 우리는 조마조마하다. 우리 군의 아프간 재건지원단인 '오쉬노'부대 340여명의 병력은 8월까지 현지에서 임무에 투입된다. 우리의 전쟁이 어디 그뿐 인가. 우리는 지금 정전협정 상태에서 당한 천안함 침몰과 이 도발의 진실을 둘러싼 내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제시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불신의 논리적 귀결점은 '증거의 조작'일 것이다. 불신이 증명된다면 현 정권은 존립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매일, 매일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고태성 국제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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