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생들이 소녀가장인 초등학생을 수시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가해학생들이 어린 남매만 사는 집에 한달 가까이 살면서 성폭행을 저질렀지만 학교나 가족, 아파트 주민 등 그 누구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상습적으로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로 군산 모 중학교 3학년 김모(14)군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15일까지 각각 2, 3차례씩 모두 7차례에 걸쳐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A(12)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올 3월 중순 가출한 김군 등 2명은 아예 남동생(11)과 단둘이 살고 있는 A양 집에 들어가 눌러 살면서 집주인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집에서 나가달라"는 A양의 동생을 "건방지다"며 수시로 폭행하고 돈까지 뺏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A양 남매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70만~90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했다.
A양은 어머니가 몇 년 전 가출한 데다 중병을 앓던 아버지가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어서 동생과 둘만 살고 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올 4월말 지병으로 사망했다. 남매는 끔찍한 일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이 무서워 신고조차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웃들도, 사회적 시스템도 무심했다. 부모 없이 초등학생 남매만 사는 가정인데도 변변한 지원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가해 학생의 가족이 가출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서조차 이들의 행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상담을 하기 위해 A양의 집에 들른 사회복지사가 A양의 이복오빠에게 "아이들만 있는 집에 남학생들이 마구 드나든다"고 알렸고, 이를 전해들은 오빠의 신고로 남매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은 주민들을 상대로 김군 등의 여죄를 캐고 있지만 남매는 무관심 속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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