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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뭐라 직접 말은 못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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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뭐라 직접 말은 못하겠는데…'

입력
2010.06.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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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강식품 메이커 사장님의 TV 광고가 화제다. "뭐라 직접 말은 못하겠는데…"라고 시작하는 대사가 신선하게 들린다. 곰곰 생각하니 단지 재미있어서 광고가 히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현실의 답답함을 대놓고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한 이들의 심정을 건드린다고 본다.

청년실업 세대의 집단적 좌절

답답한 사람들은 우리 청년들이다. 대학의 노동경제학 전공 교수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취업하지 못하는 제자들의 실상에 비춰 이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청년들의 정치적 성향이 시중의 화두지만, 기성세대는 이들의 심리 기저에 깔린 집단적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인이 되어야 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경제적으로 독립된 삶을 살지 못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좌절이다.

취업이 안 되거나 일자리를 구했더라도 결혼을 기약하기 어려운 불안정성이 중첩되면서, 청년들은 찬란한 청춘을 구가하기는커녕 사회적 조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는 핀잔을 들을까 두려워 뭐라 직접 말은 못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운명이라고 승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스마트폰, 와이파이존, 트위터 등등에 빠진 청년문화는 다분히 고립된 현실에서 최소한 누군가와 접속해 있고자 하는 사회심리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최소한 소비의 주체로서는 누구보다 세상을 앞서가면서 생산의 현장에서 겪는 열패감을 치유 받으려 한다. 이런 상황은 이미 고전이 된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이 예견한 현실이다. 일자리 기회는 점점 희소해지고 많은 성인의 삶이 유희적 세계에 갇히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미 높은 청년 실업률을 안고서 오랫동안 별 방도를 찾지 못하다 보니, 남에게 뭐라 직접 말을 하지 못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이고 주된 원인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가 부족한 것이다. 그러니 육아 정책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우리에게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전후 수십 년간 벌어놓은 국부로 청년실업자들을 거두었다. 우리는 아직 그럴 정도의 선진국이 아니다. 최근에는 고용사정이 나아졌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하강 추세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출산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조금만 버티면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줄어들어 청년실업 문제도 경감될 것이라고 처방을 한다.

고민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안이한 처방이다. 미래 우리의 중년, 우리의 노년이 사회적 발달장애를 거친 지금의 청년세대일 터인데 어떻게 미래를 재생산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제대로 가정을 이루고 제대로 자식을 가르칠 환경이 되겠는가?

희망 주는 비상대책 마련을

청년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적, 사회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단의 대책은 통상적으로 기존 질서와 원칙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기 거북하고 호응과 지지를 얻기까지 애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뭐라 직접 말은 못하지만 누구나 청년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체면과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일해서 자식들을 키웠다. 정책의 품격을 따지지 말고 완성도가 낮고 거칠더라도 특별한 방책을 통해 기성세대의 헌신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국가고용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제도와 노동시장간의 연계성 강화, 청년 인력의 서비스업 취업경쟁력 강화 등 미래를 내다보고 구조적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 전략과 그럴듯하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당장 지금 나와 있는 청년 유휴인력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책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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