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거부하는 민심을 확인하고도 정부ㆍ여당의 대응은여전히 굼뜬 상태다. 국민의 뜻에 따라 최종 방침을 정하고, 특히 충청지역 민심을 우선하겠다던 거듭된 약속과는 딴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6ㆍ2 지방선거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공개적 언급을 하지 않고, 정운찬 총리도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이 사실상 수정안을 포기했다느니, 아니라느니 설왕설래하지만 책임 있는 말은 없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의 자세는 형식적으로는 크게 그릇되지 않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해 마음이 편할 리 없는 데다,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중앙 행정부처 이전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마당이니 국회가 알아서 처리하면 그만일 수 있다.
그러나 나라를 쪼갤 정도로 비등했던 세종시 논란의 경과를 돌이켜보면 청와대나 정부의 자세는 무책임하다. 이 문제는 이 대통령의 '심경 변화'에서 비롯했고, 정 총리 기용 이후 정부가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가적 논란으로 번졌다. 더욱이 수정안의 국회 제출 이후 여당 지도부가 야당의 반대도 반대지만, 당내 이견이 두려워 상정 방침을 굳히지 못한 채 중진협의체 구성 등 실속 없이 헛바퀴만 굴렸던 것도 이 대통령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려던 자세였다. 지방선거 이후 여당 안에서 개혁ㆍ변화 요구가 분출하고는 있지만, 당 체질로 보아 청와대가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진퇴양난만 거듭될 게 뻔하다. 이런 현실에서는 국민에 대한 책임감까지 갈 것도 없이, 당에 대한 책임감만으로도 이 대통령이 혼란을 정리해 마땅하다.
한나라당과 국회의 할 일도 있다. 애초의 '행복도시법'이 공백으로 남긴 '자족기능'을 수정안을 참고해 구체화해야 한다. 그 이름이 '원안'이든, '원안+α'든,'수정안+α'든, 중앙부처 일부 이전을 축으로 자족기능이 충실한 세종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 대상이 아닌 부처'를 '이전 대상 부처'로 고쳐 정부의 '선택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요구에 걸맞을 정부ㆍ여당의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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