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이건 뭐,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9일 오후 2시40분께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나로호 2차 발사 장면을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박삼용(86ㆍ고흥군 도덕면)씨는 발사가 또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을 전해지자 허탈한 표정으로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왔는데 또 헛걸음을 했다”며 “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도 우주로 가는 하늘 길은 열리지 않았다. 하늘은 맑고 바람 한 점 없었지만 ‘이번에도 발사가 연기되면 어쩌나’하는 불길한 예감은 또다시 들어맞았다. 나로호가 카운트다운 2시간57분46초를 남겨두고 발사를 멈추자 나로호의 비상을 기원하며 고흥반도를 찾았던 수천 명의 관람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열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종문(40ㆍ순천시 조례동)씨는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려고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를 조퇴까지 시켜가며 역사적 현장을 찾았는데 무척 아쉽다. 날씨도 쾌청하고 그래서 이번만큼은 성공할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탄식은 바다 위에서도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나로호 발사 장면을 선상에서 관람하기 위해 해양경찰청 경비함을 타고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인근 해상까지 갔던 홍성목(46ㆍ충남 천안시)씨는 “발사 성공률 90% 이상을 장담하더니 쏘아 올리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며 “한국 과학 기술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흥=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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