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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채우는 공간 · 청춘으로 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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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채우는 공간 · 청춘으로 가는 시간

입력
2010.06.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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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조작 없는 무대 공간은 시공의 변화를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는 매체다. 가상 현실, 3D 등은 결국은 실재에 대한 모사의 수준을 기계적으로 높였다는 제자랑이기 십상이다. 시공을 담는 무대의 마술을 동원, 삶을 성찰하게 하는 두 편의 사실적 연극이 기다린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

극단 놀땅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살아 숨쉰다. 시골에 사는 어느 가족이 옛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어가는 현장을 재현한다. 방 두 개, 부엌 하나가 전부인 23평짜리 집이 배우들의 노동을 통해 관객의 코 앞에서 올라가는 것이다. 그 같은 원시적 물질성이 연극의 요체다.

그들은 거푸집 작업으로 1층 건물의 벽 높이인 2m 80㎝까지 콘크리트 옹벽을 쌓아 주거 공간을 엮는다. 방 내부 등 세세한 표현까지는 못다 보여주지만, 한 채의 집이 올라가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거기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한 채의 집이란 주인 대 인부, 가족 대 가족 간의 갈등으로 몸싸움을 벌이는 현장이기도 하다.

무대는 흙과 나무 등 집을 이루는 자연적 소재와 인간의 땀이 맞닿아 이뤄내는 결실로서의 집을 강조한다. 작ㆍ연출자 최진씨는 "재산이면서 욕망의 수단으로 변한 이 시대의 집이 잃어버린 참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3년 전 집 짓는 모습을 관찰하던 중 훌륭한 연극적 소재라는 확신이 생겨 무대로 이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성여진 김용준 이준용씨 등 출연. 18~27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544-1555

'그대를 속일지라도'

'불 좀 꺼 주세요'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등의 작품에서 일상적 한국어를 연극적으로 구사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입증한 작가 이만희씨가 신작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완성했다.

극단 컬티즌이 무대화하는 이 작품은 이 시대 장년층이 돌아보는 천둥벌거숭이 시절, 196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부잣집 우등생인 양 행세하는 불량 학생 4명과 문학소녀의 꿈에 부푼 사춘기 여학생 4명이 주인공이다. 여학생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남학생들은 대입 예비고사 준비에 열중하는 시늉을 하며 좌충우돌한다.

기본적으로 고교생 록 밴드의 성장담이다. 이호재, 전무송, 권병길, 김재건씨 등 60~70대 남성 4인방에 윤소정, 송도순, 지자혜, 이재희씨 등 여성 중견들이 모처럼의 얄개 연기에 도전한다. 연극의 시간적 배경은 서구 음악이 본격 유입돼 우리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꾼 시기다. 당대를 휩쓴 록과 포크 등 팝송이 이들의 연주 모습에 실려 나오는 장면은 대중문화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30대 연출가 안경모씨의 감각적 연출이 중견 배우들과 이룰 조화가 기대된다. 특히 김철리, 이성열, 최용훈, 강대홍, 송선호, 김광보, 위성신씨 등 연출가 9명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이호재씨의 칠순을 축하하는 의미도 곁들여져 있다. 18~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65-5476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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