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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링딩동도 노래냐" 묻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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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링딩동도 노래냐" 묻는 사람들에게

입력
2010.06.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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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해가듯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봤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링딩동 링딩동 링디기 딩딩동…"

전자는 신해철이 22세에 작사하고 노래한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후자는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이다. 요즘 인터넷에는 두 노래의 가사 비교가 종종 올라온다. 20여 년 사이 대중음악의 질이 떨어졌다는 개탄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싱어송라이터와 상업적 고려가 먼저인 아이돌 그룹의 가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링딩동'은 지금 대중음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실험적이다. 이 곡은 완벽하게 멜로디가 아닌 리듬을 곡의 중심에 놓았다. 곡의 전개 자체가 멜로디의 음정 변화가 아닌 박자의 변화를 통해 진행된다. 곡 시작부터 특정 멜로디를 반복하는 이른바 '후크송'이 리듬이 완벽하게 중심에 선 댄스음악에 어떻게든 멜로디를 우겨넣은 것이었다면, '링딩동'은 리듬에서 멜로디가 나온다. '링디기 딩딩동' 같은 가사는 리듬감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링딩동'은 대중음악의 문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시대의 극단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링딩동'에 대한 비난보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같은 곡을 만들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이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이승환이 새 앨범 'Dreamizer'에 실린 대부분의 곡의 러닝타임을 4분 이내에 맞춘 것이나 김동률과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프로젝트 앨범 'Day off'의 재킷을 직접 찍은 사진으로 채운 것도 이런 고민의 반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환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요즘 대중의 요구에 맞추는 대신 세계적인 레코딩 엔지니어와 세션의 참여를 통해 최대한 밀집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내 얘기를 하려면 앨범 한 장을 온전히 만들어야 한다"는 김동률은 10곡이 실린 'Day off'를 내는 대신 사진을 통해 요즘 날씨와 어울릴 만큼 여유로운 그들의 음악이 가진 정서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두 사람은 사진전도 여는 중이다.

싱어송라이터들도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대중음악계가 걱정이 된다면, 지금 필요한 건 과거와의 비교가 아니라 여전히 대중과 자신의 음악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는 뮤지션의 노력을 발견하는 것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같은 곡이 히트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그런 노래들을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노력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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