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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2/ 투표용지 빼먹고… 순서 뒤바뀌고… "복잡해! 복잡해!"

입력
2010.06.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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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광역단체장부터 교육의원까지 한꺼번에 8명을 선출하는 '1인 8표제'가 도입되면서 투•개표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잇따랐다. 투표용지 교부순서가 바뀌어 후보들이 거세게 항의하는가 하면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찢거나 1•2차 투표 중 1차만 하고 나가는 등 해프닝도 속출했다.

부실한 투표관리•공정성 논란

이번 투표는 1차 투표용지 교부 때 정당소속이 아닌 교육감과 교육의원 용지를 먼저 나눠준 뒤 지역구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용지를 배부해야 하는데, 일부 투표소에서 교부순서가 바뀌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승희 서울시교육감 부부는 2일 오전 강남구 압구정동 동호경로당 투표소에서 순서를 바뀐 투표용지가 배부되자 "(정당기표를 먼저하게 해) 교육감 후보도 줄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도 제보가 잇따르자 낮 12시40분께 종로구 서울시선관위를 방문,"선관위가 시민의 주권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제주시 한 투표구에서는 오전 6시16분쯤 제주시 한림읍 제2투표구인 수원리 복지회관에서 투표한 40명에게 제주지사 투표용지가 교부되지 않은 채 투표가 진행된 것을 참관인이 발견,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도선관위는 "공무원 실수로 도지사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주지 않고 투표가 시작됐다"고 해명해 재투표 논란이 우려된다.

불법 선거운동 기승

2일 자정을 기해 선거운동이 금지됐지만 일부 투표소에선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는 불법선거운동을 해 논란이 일었다. 전남 나주시 덕례초교 투표소 앞에서 한 후보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리거나 일부 운동원들은 투표소 바로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했고, 경찰이 출동하자 자리를 피했다가 다시 투표소 앞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다른 후보들도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전 모 케이블TV 채널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서 '선거일 특집방송, 기호 1번 00, 칠흑의 추적'이라는 자막을 화면 상단에 배치한 것과 관련, 유권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전화해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하는 의도적 방송"이라며 항의해 결국 케이블TV측이 선관위와 경찰측의 연락을 받고 자막을 내려 해프닝으로 끝났다.

"복잡하다, 복잡해!" 무효표 속출

4장씩 모두 8장의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은 바뀐 제도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전 7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일초교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4장만 교부받아 1차 투표만 하고 귀가했는데, 선거종사원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주민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1차 투표용지를 받은 70대 노인이 "왜 시장선거 투표용지가 없느냐"고 관계자에게 따졌고, 한 50대 남자는 1차 투표만 하고 나가려다 투표 안내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울산시 남구 신정2동 4투표소 등 상당수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교육감과 교육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 4명에 대한 1차 투표만 하고 나가려다 선거사무원 제지로 2차 투표를 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내가 투표한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등의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 시흥시 정왕1동 제2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8장을 받아 도지사 용지 1장에만 기표하고 나머지 7장을 찢어버렸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제4투표소에서는 40대 유권자가 2차 기표 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전 "내가 투표한 게 마음에 안 든다"며 1장을 찢어 투표함에 넣는 일도 발생했다.

개표장은 탄식과 환호 교차

6ㆍ2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서울시장 선거 개표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불과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안정적 승리가 점쳐졌지만, 2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47.4%(오세훈) 대 47.2%(한명숙)로 초접전 개표를 예고했다. 개표 초반인 오후 8시50분(개표율 0.2%)에는 오 후보가 한 후보를 10.6%포인트 차이로 앞섰으나 오후 9시 이후부터는 한 후보의 역전극이 시작됐고 오후 10시20분(개표율 4.0%)에는 한 후보가 2.7%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승기가 서서히 한 후보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6시 이후 각 개표소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개표가 시작됐다.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장에는 16개동 42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종료된 투표함이 무장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속속 도착했다. 6시15분 밀양선관위원장의 개표개시 선언과 함께 개표가 시작돼 투표함 개함, 투표지 정리와 전자개표기 작업, 투표지 심사•확인작업을 거치면서 새벽까지 유표투표수가 집계됐다. 서울 성동구 개표소가 마련된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는 오후 7시께 봉인용 도장이 없는 투표함이 여러 개 발견돼 개표가 늦춰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편,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초박빙 지역의 개표 상황을 파악하려는 네티즌이 몰리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 접속이 이날 오후 10시30분부터 40분 가량 마비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접속자가 일시에 몰려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된 것인지 외부 공격을 받았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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