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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첫 연극 '인간'/ 어느날 갑자기 둘만 남았다…이제 우리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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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첫 연극 '인간'/ 어느날 갑자기 둘만 남았다…이제 우리 어떡하지?

입력
2010.06.0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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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은 선한가, 악한가. 프랑스의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연극 '인간'은 이 영원한 숙제에 도전한다..

"우리 인간 말고는 우주의 어떤 동물도 그토록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없을 거예요." "인간이란, 인간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사람의 입에다 깔대기를 대고 억지로 음식을 먹일지도 모르죠." 남녀의 대화다. 베르베르가 2003년에 대본을 쓴 '인간'을 투비컴퍼니가 공연한다.

작가 특유의 판타지적 상상력이 전편에 가득한 이 무대는 두 젊은 남녀의 대화에 상황을 얹어 간다.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대목에 이르러 무대는 격론장이 됐다가, 여덟살 난 두 아이가 생면부지의 사내아이를 때려 죽여 세상을 놀라게 한 영국의 사건 등 최근의 화제를 끌어들인 시사토론장도 된다. "장난 삼아 그랬다더라"고 덧붙이는 남자의 말은 인간의 근본에 대해 회의하게 한다.

남자 과학자, 여자 동물조련사 단 두 명만 등장한다. 어느날 굉음에 놀라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는 유리벽 안에 생면부지의 남녀가 갇히게 됐다는 설정이 출발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외계인이 만든 '노아의 방주'에 갇혀 모종의 실험을 당하고 있을 거라는 등 갑자기 닥친 상황을 이해하려 갖은 애를 쓴다. 여자가 임신할 때까지 계속 먹여주고 놀이 기구를 내려보내다 결국에는 죽일 거라는 등 둘의 상상은 걷잡을 수 없다.

무대는 속도감이 무기다. 긴밀하게 치고 빠지는 대화, 영화적 상상과 만화적 구성 등에서 국내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베르베르의 시선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때로는 섬뜩한 성찰도 있다. "호모 호미니 루푸스, 즉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늑대입니다." 인간 사이의 폭력적 관계에 대해 토론하던 이들은 형편없는 위인이 권좌에 앉아 선량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경우는 이렇게 설명한다. "선량한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여자 사만다의 말이다.

이처럼 세상사를 토론하다가도 상대에게서 나는 입냄새가 지독하다며 부산을 떨기도하는 두 사람은 관념과 발랄이 한 데 뭉친 젊은이들, 그들은 자신들이 갇힌 공간에 단 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를 갖기로 한다. 격렬한 키스와 포옹은 "불꽃으로 활활 일어나는 인류의 불씨"(사만다의 말)가 될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2004년 프랑스에서 선보인 이 무대는 국내에서 워크숍 등으로 입소문을 탔다. 한국공연은 아시아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이기도 하다. 김동연 연출, 이화룡 김재린 등 출연. 7월 3일~8월 29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747-209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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